달항아리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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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청람
달이 항아리를 닮아 갔다
처음부터 하늘에 뜬 것은 달이 아니라 누군가 빚다 만 흰 그릇의 숨결이었을지 모른다
밤은 그것을 높이 들어 세상 가장 어두운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둥근 빛을 달이라 불렀다
달항아리는 달을 담은 그릇이 아니다
비어 있음으로 빛의 자리를 마련한 흙의 침묵이다
가득 차면 무거워지고 비우면 우주가 들어온다는 것을
먼저 알아버린 백자의 오래된 깨달음이다
그래서 달항아리 앞에서는 손보다 마음이 먼저 낮아진다
둥글지만 완전하지 않고 희지만 차갑지 않으며 비었으나 허전하지 않다
그 안에는 물 한 방울 없는데도 밤마다 은빛 물결이 고이고
꽃 한 송이 꽂지 않아도 봄의 흰 그림자가 지나간다
달항아리는 달의 모양을 본뜬 것이 아니라
사람의 빈 마음이 가장 아름답게 익었을 때 스스로 둥글어지는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