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 깊이 읽기

성찰

1 / 147 쪽 · 전체 3513편
내장사 대우 큰스님  ㅡ 청람 김왕식

내장사 대우 큰스님 ㅡ 청람 김왕식

■ 내장사 대우 큰스님 청람 김왕식 큰 산은 자기 높이를 말하지 않는다 대우 큰스님 앞에 앉으면 먼저 한 채의 산이 보인다 얼굴에는 세월이 다듬은 큰 바위 하나 미소는 저녁 산그늘처럼 깊고 말은 급한 물을 닮지 않았다 무슨 말을 올려도 고개 한 번…

청람 김왕식 · 2026.09.09

지난 글

성찰

가을에는 ㅡ청람 김왕식

■ 가을에는 청람 김왕식 . 학교 종이 저녁 하늘에 풀리면 아이들은 노을을 밟으며 집으로 왔다 논둑마다 메뚜기 한 철 뛰어오르고 책가방은 자꾸만 들판 쪽으로 기울었다 감나무 우듬지 빨간 감 하나 해보다 늦게까지 마을을 밝혔고 장독대 곁 봉숭아 씨방은 …

청람 김왕식 · 2026.09.05
성찰

이 바쁜데 웬 설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이 바쁜데 웬 설사 지겟짐 하나 등에 지고 산비탈을 오르는데 하늘이 먼저 물을 퍼붓는다 허리춤은 풀리고 한 손은 바지를 붙든다 그때 배 속에서 난리가 났다 꾸르륵 한 번에 산길이 갑자기 멀어진다 뛰자니 지게가 잡고 서자니 배가 …

청람 김왕식 · 2026.09.04
성찰

어깨동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어깨동무 어깨 하나를 내주었더니 길의 폭이 달라졌다 혼자일 때는 빠른 걸음이 자랑이었고 둘이 되자 보폭부터 낮아졌다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쪽이 조금 기울었고 그 기울어짐 덕분에 둘은 넘어지지 않았다 어깨동무는 힘센 사람이 약한 …

청람 김왕식 · 2026.09.04
성찰

가장 아름다운 말 ㅡ청람 김왕식

■ 가장 아름다운 말 꽃은 향기를 겨루지 않는다 강물도 바다 앞에서 제 깊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 한 모금이 가장 큰 문장이고 어둠 속의 사람에게는 멀리 켜진 불빛 하나가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 필요한 날이 있고 용서가…

청람 김왕식 · 2026.09.03
성찰

꽃은 향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꽃은 향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꽃은 자기 향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향기를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피어 있을 뿐이다 바람이 지나가면 향기가 따라가고 누군가 곁에 서면 말없이 스며든다 좋은 사람도 그렇다 자기 선함을 말하지 않는다 자기…

청람 김왕식 · 2026.08.28
성찰

혀에는 뼈가 없지만 사람을 꺾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혀에는 뼈가 없지만 사람을 꺾는다 혀에는 뼈가 없다. 부드럽다. 몸 안에서 가장 유연한 기관 가운데 하나다. 허나 사람을 꺾는 데는 단단한 뼈가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면 된다. 사람은 주먹에 맞으면 맞은 자리를 짚는다. 칼에 베이면 피…

청람 김왕식 · 2026.08.28
성찰

침묵의 품격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침묵의 품격 공자는 흡사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어눌語訥이라는 말이 있다. 눌訥은 말이 더디고 매끄럽지 못하다는 뜻이다. 상대에게 “어눌하다”라고 말하면 결례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어눌한 제가 한 말씀드리겠…

청람 김왕식 · 2026.08.28
성찰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빛의 형태를 바꿀 뿐이다 ― 강영모 작가의 사진과 디자인에 나타난 위로의 미학과 기억의 철학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빛의 형태를 바꿀 뿐이다 ― 강영모 작가의 사진과 디자인에 나타난 위로의 미학과 기억의 철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여는 말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얼굴을 잃는다. 어제의 얼굴도 사라지고, 사랑했던 사람의 표정도 조금…

청람 김왕식 · 2026.08.28
성찰

문짝 하나가 책상이 되기까지 ― 청람서루에서

■ 문짝 하나가 책상이 되기까지 ― 청람서루에서 서재 한가운데 오래된 소나무 책상 하나가 놓여 있다. 이름하여 청람서루의 책상이다. 반듯하지 않다. 윤이 반짝이는 고급 원목도 아니다. 세월이 할퀴고 간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고, 나뭇결 사이에는 오래된 …

청람 김왕식 · 2026.08.26
성찰

놓았다는 생각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놓았다는 생각 무언가를 놓고 나서 놓았다고 오래 생각하면 아직 놓지 못한 것이다 사람은 때때로 집착을 버리고도 버린 자신을 붙잡는다 미움을 내려놓았다고 말하고 욕심을 비웠다고 말하며 이제는 괜찮다고 자주 확인한다 그 확인 속에 또…

청람 김왕식 · 2026.08.24
성찰

장량의 삶과 가치철학 ― 황석공 · 유방 · 한신 · 제갈량을 아울러 ㅡ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장량의 삶과 가치철학 ― 황석공 · 유방 · 한신 · 제갈량을 아울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여는말 ― 천하를 얻는 지혜보다 어려운 것은 물러날 줄 아는 지혜다 역사는 대개 앞으로 나아간 사람을 기억한다. 성을 함락한 장수와 나라를 세운 군주와 시…

청람 김왕식 · 2026.08.23
성찰

사무사思無邪 ― 글을 쓰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일

― 글을 쓰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사무사思無邪 ― 글을 쓰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일 공자는 《시경》 삼백여 편을 읽고 그 정신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思無邪.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 짧은 말은 시의 기교를…

청람 김왕식 · 2026.08.22
성찰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개미와 지렁이 그리고 매미 개미는 땅 위에서 하루를 나른다 제 몸보다 큰 것을 물고 한 번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지렁이는 땅속에서 길을 만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흙을 뒤집고 뿌리가 숨 쉴 자리를 내어준다 매미는 오랜 시…

청람 김왕식 · 2026.08.21
성찰

여름 하늘에서 가을 하늘까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여름 하늘에서 가을 하늘까지 여름 하늘은 제 몸을 다 태운 사람처럼 오래 뜨거웠다 구름은 무거운 생각을 등에 지고 산을 넘었고 소낙비는 참아온 말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매미들은 한 생을 울음으로 다 쓰고도 나무를 놓지 못했다 사람…

청람 김왕식 · 2026.08.21
성찰

달리는 말[言], 기는 말씀[語]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달리는 말[言], 기는 말씀[語] 말[言]은 달리고 싶어 한다 입술을 떠난 순간 제 발을 얻은 짐승처럼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내달린다 빠른 말은 대개 자신이 빠른 줄만 안다 누구의 마음을 밟았는지, 어느 가슴에 …

청람 김왕식 · 2026.08.19
성찰

생각이 얕다, 입이 바쁘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생각이 얕다, 입이 바쁘니 말이 먼저 나간 날은 마음이 뒤늦게 따라와 빈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입은 세상에서 가장 성급한 문이었다 생각이 문턱까지 오기도 전에 그 문을 벌컥 열어 사람을 내보내고 후회를 들여놓았다 젊어서는 말을…

청람 김왕식 · 2026.08.19
성찰

보고 듣고 말하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보고 듣고 말하기 눈은 세상을 먼저 받아들이지만 본 것 모두가 진실은 아니다. 귀는 사람의 말을 받아 적지만 들은 것 모두가 마음은 아니다. 입은 생각을 밖으로 내보내지만 말한 것 모두가 지혜는 아니다. 사람은 흔히 본 것에 확신을…

청람 김왕식 ·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