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와 모시적삼 ㅡ청람 김왕식
부채와 모시적삼 2026.07.0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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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와 모시적삼
대청마루 모시적삼 한 벌 햇살을 입고 앉아 있다
성긴 올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고
하얀 결마다 할머니의 여름이 흐른다
대나무 부채 하나 손목을 떠난 적 없어도 허공은 늘 시원했다.
부채 끝에서 일어난 바람은 더위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식구들의 고단한 하루를 먼저 어루만졌다
모시적삼은 가난을 걸친 옷이 아니었다
땀마저 맑게 말리던 한 사람의 품격이었다
부채는 바람을 만드는 물건이 아니었다
말없이 사랑을 펴는 할머니의 손끝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모시의 흰 숨결 하나 부채의 느린 바람 하나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여름 한철을 다시 살아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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