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삶 ㅡ청람 김왕식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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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삶
사람은 무언가를 더할수록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 더 큰 집, 더 넓은 인간관계….
삶은 끊임없이 더하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손에 쥔 것은 늘어나는데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는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고, 채워질수록 비워야 할 자리는 오히려 사라진다. 삶은 더하는 기술보다 덜어내는 지혜가 더 어렵다.
조각가는 돌을 더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낼 뿐이다. 걸작은 더해진 결과가 아니라,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끝까지 구별해 낸 안목에서 태어난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행복은 많이 소유한 사람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분별할 줄 아는 사람에게 오래 머문다. 욕심을 하나 덜어내면 마음에 여백이 생긴다. 집착을 하나 내려놓으면 시야가 넓어진다. 비교를 거두어들이면 비로소 자신의 삶이 보인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묶고 있던 밧줄을 푸는 일이다.
우리는 비우는 것을 잃는 일로 생각한다. 정작 비워질 때 삶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나무는 잎을 잃어서 겨울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잎을 내려놓기에 더 큰 봄을 맞는다. 강은 굽이마다 불필요한 것을 흘려보내기에 끝내 바다에 닿는다.
사람도 흘려보낼 줄 알아야 더 큰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자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데 있지 않다. 가져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분별하는 데 있다.
삶의 품격은 얼마나 많이 쌓았는가보다, 무엇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누구나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무엇을 더 가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가. 무엇을 움켜쥐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았는가. 그 답이 한 사람의 삶을 말해 준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은 삶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삶의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하여, 가장 자유로운 사람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