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느린 것이 아니라 깊었던 것이다 ㅡ 아인슈타인

느린 것이 아니라 깊었던 것이다 ㅡ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느린 것이 아니라 깊었던 것이다

세상은 속도를 재는 데 익숙하다. 아이는 언제 말을 시작했는지, 얼마나 빨리 글을 읽는지, 얼마나 빨리 계산하는지로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빠르면 영재라 부르고, 늦으면 걱정부터 앞세운다. 시간은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이해하는 잣대가 아니라 사람을 재촉하는 채찍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의 아인슈타인도 그러한 눈길을 피하지 못했다. 말이 늦었고, 표현이 서툴렀으며, 교실에서는 두드러지는 학생이 아니었다. 어떤 교사는 그에게 “커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세상은 그의 침묵을 능력의 빈자리로 읽었다. 하지만 침묵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생각이 자라는 시간이었다. 그는 느렸던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물렀다. 하나의 질문 앞에서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고, 하나의 현상을 만나면 끝까지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들이 답을 찾았다고 발걸음을 옮길 때에도 그는 여전히 질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위대한 발견은 대개 그런 사람에게 찾아간다. 빨리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사람에게.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고심하는 사람에게. 깊이는 속도가 만들어 내지 못한다.

우물은 넓게 퍼질수록 얕아지고, 한 곳을 오래 파고들수록 맑은 샘을 만난다. 사람의 사유도 다르지 않다. 생각은 서두를수록 의견이 되고, 오래 머무를수록 철학이 된다.

오늘 우리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린다. 짧은 영상으로 세상을 배우고, 몇 줄의 문장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빠른 대답을 지혜라고 착각한다. 그런 시대일수록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답답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균형을 붙드는 사람이다.

씨앗은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뿌리가 먼저 깊어질 때 비로소 나무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펼칠 수 있다.

사람의 성장도 그렇다. 조용한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고민은 지체가 아니다. 사색은 인생의 우회로가 아니라 가장 곧은길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느리다고 말한다면, 너무 서둘러 자신을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당신은 지금 남들이 스쳐 지나간 한 줄의 진실 앞에 오래 머물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속도를 기억할 때가 많다. 역사는 깊이를 기억한다. 빠르게 지나간 발걸음은 흔적을 남기기 어렵다. 오래 머문 사유는 시대의 좌표가 된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남들보다 빨랐기 때문이 아니다. 남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끝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느린 사람이 아니었다. 깊은 사람이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