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실패의 이력을 묻는 사회 ― 차지혁의 역발상 철학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실패의 이력을 묻는 사회 ― 차지혁의 역발상 철학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실패의 이력을 묻는 사회

― 차지혁의 역발상 철학

차지혁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역발상’일 것이다.

그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믿는 질문부터 다시 묻는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그는 반대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새로운 생각을 위한 반대가 아니다. 익숙한 기준이 과연 오늘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를 묻는 근원적인 성찰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을 비교적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어떤 시험에 합격했는가, 어떤 직책을 지냈는가를 먼저 묻는다. 학력과 경력은 한 사람의 능력을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언어가 되었고, 많은 사람은 자신의 명함보다 먼저 학벌과 이력을 내세우며 살아간다.

차지혁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좋은 대학 졸업장이 기업을 성장시키는가.

고시 합격증이 시장의 변화를 읽게 하는가.

장관이나 차관을 지낸 경력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가.

그는 성공의 증명서보다 실패의 이력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화려한 경력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큰 실패를 견디어 냈는가.

몇 번 넘어졌는가가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무엇을 배우며 다시 일어섰는가.

수백억 원의 손실 앞에서도 절망에 머물지 않고 다시 길을 찾으려 했는가.

그는 바로 그 경험이야말로 기업가를 성장시키는 가장 값비싼 자산이라고 본다.

실패는 손실이 아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손실이다.

한 번의 좌절은 끝이 아니다.

좌절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 끝이다.

이러한 철학은 학교 교실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다.

교과서는 정답을 가르치지만, 시장은 정답이 아니라 판단을 요구한다. 시험은 하나의 답을 맞히면 끝나지만, 기업은 매일 새로운 문제를 처음부터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암기가 아니라 통찰이며, 지식이 아니라 창조이고, 이력이 아니라 회복력이다.

그래서 그는 기업가를 선발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를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분석할 줄 아는 사람.

넘어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넘어짐을 디딤돌로 바꾼 사람.

안전한 길만 걸어온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끝내 책임을 지려는 사람.

이러한 사람에게 미래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생각해 보면 자연도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강물은 바위를 만나 방향을 바꾸며 더 깊어진다.

나무는 폭풍을 견디면서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린다.

매미는 긴 세월을 땅속에서 견딘 뒤에야 여름 숲을 흔드는 울음을 세상에 내놓는다.

생명은 시련을 통과하면서 더욱 단단해진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조직은 위기에 약하다.

한 번 무너져 본 기업은 무엇이 조직을 흔드는지 알고, 무엇이 사람을 떠나게 하는지 배우며, 무엇이 신뢰를 세우는지 몸으로 익힌다.

물론 실패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

실패를 미화하거나 책임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크기가 아니라 그 실패를 대하는 태도이다.

실패를 변명으로 삼는 사람은 같은 자리에 머문다.

실패를 스승으로 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길을 발견한다.

차지혁의 역발상은 결국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이력서를 읽기 전에 삶을 읽고, 졸업장을 보기 전에 도전의 흔적을 읽으며, 성공의 기록보다 회복의 기록을 먼저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미래 사회는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화려한 스펙의 경쟁이 아니라 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용기이며, 과거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창의력이다.

아마도 차지혁이 끝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학벌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은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품격을 완성해 간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