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눈빛은 한 사람의 생애를 말한다 ― 유재웅 선생님



눈빛은 한 사람의 생애를 말한다
― 유재웅 선생님

눈빛은 한 사람의 생애를 말한다 ― 유재웅 선생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유재웅 선생님

눈빛은 한 사람의 생애를 말한다 ― 유재웅 선생을 뵙고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가장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얼굴이 아니다. 눈빛이다. 눈빛은 살아온 시간을 감추지 못한다. 화려한 경력은 명함에 적을 수 있지만, 한평생 쌓아 온 품성과 양심은 오직 눈빛 속에만 머문다.

오늘 유재웅 선생을 뵙는 순간, 먼저 다가온 것은 맑고 투명한 눈빛이었다. 욕심으로 흐려지지 않은 눈. 권위로 무거워지지 않은 눈. 오랜 공직과 학문의 시간을 지나왔음에도 한 점 흐림 없이 맑은 샘물처럼 빛나는 눈이었다.

불현듯 생각이 스쳤다. 한 사람의 눈빛은 그가 평생 품어 온 가치관의 결정체가 아닐까. 유재웅 선생의 삶은 우리나라 공공 PR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노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행정고등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공보처와 청와대, 국정홍보처를 거치며 국가 홍보의 최일선에서 시대와 호흡했고, 해외홍보원장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헌신했다. 이후에는 대학 강단으로 자리를 옮겨 오랜 세월 후학을 길러 내며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연구를 이어 왔다.

그가 남긴 수많은 저서와 논문은 단순한 학문적 성과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 공공과 시민, 정책과 소통 사이를 잇기 위해 평생 다져 온 사유의 결실이다. 대통령표창과 근정포장,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공익 PR인상 같은 영예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작은 표지판일 뿐이다.

한 사람의 진정한 이력은 훈장이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 완성된다. 오늘 선생을 가까이에서 뵈며 더욱 깊이 느낀 것은 그의 균형감각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았다. 현상을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았고, 감정보다 사실을, 편견보다 균형을 앞세우는 학자의 자세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다. 균형은 타협이 아니다. 사실을 끝까지 존중하는 지성의 품격이다. 아마도 오랜 세월 공공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실천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일 것이다.

말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눈빛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든다. 유재웅 선생에게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은 화려한 경력보다도 그 맑은 눈빛이다. 깊은 산속에서 오랜 세월 바위를 적시며 흘러온 샘물은 스스로 맑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킬 뿐이다. 선생의 삶도 그런 샘물과 닮아 있었다. 학문은 사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맑게 하는 일임을, 공직은 권위를 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책임임을,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태도임을 그의 삶은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품는다. 어떤 이는 세월을 짐처럼 지고 살아가고, 어떤 이는 세월을 향기처럼 품고 살아간다. 오늘 만난 유재웅 선생은 후자에 가까운 분이었다.

한 사람의 눈빛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면, 그의 눈빛에는 정직이 쓰여 있었고, 균형이 새겨져 있었으며, 공공을 향한 책임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신뢰가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오늘의 만남은 한 분의 PR학자를 만난 시간이기보다, 한평생 바른 길을 걸어온 지성인의 삶을 잠시 마주한 소중한 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맑은 길 ― 유재웅 선생께

큰 강은 소리 높여 흐르지 않습니다.

깊을수록 더 낮은 곳을 향해 갑니다.

선생을 뵙고 한 사람의 삶도 강을 닮을 수 있음을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말을 다듬어 오셨으되,

말보다 사람을 먼저 세우셨고, 생각을 펼쳐 오셨으되,

생각보다 진심을 앞세우셨습니다.

푸른 숲이 한순간의 녹음으로 이루어지지 않듯,

한 사람의 품격도 수많은 계절을 견딘 끝에 비로소 향기가 됩니다.

선생의 삶은 높이 솟은 봉우리가 아니라,

멀리 흘러 많은 생명을 적시는 강 하나를 닮았습니다.

바람은 꽃을 흔들 수는 있어도, 향기까지 흩어 놓지는 못합니다.

세월은 얼굴을 바꿀 수는 있어도, 곧은 마음까지 바꾸지는 못합니다.

오늘의 만남은 한 분의 학자를 만난 시간이 아니라,

바른 길을 오래 걸어온 한 사람의 풍경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앞으로도 맑은 강물처럼, 푸른 숲처럼, 많은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고요한 울림으로 오래 머물러 주십시오.

그 길을 따라 누군가는 용기를 얻고, 누군가는 지혜를 배우며, 누군가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