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ㅡ 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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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살아가는 동안 사람은 수많은 사랑을 만난다. 어머니의 품에서 처음 사랑을 배우고, 친구와의 우정 속에서 사랑의 기쁨을 경험하며, 배우자와 자녀를 통하여 사랑의 책임을 깨닫는다. 사랑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한 가지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사람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사랑은 기대를 품고 시작된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때로는 보답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사랑하다가 상처받고, 사랑하다가 실망하고, 사랑하다가 돌아서기도 한다. 인간의 사랑은 강물과 같다. 맑고 아름답지만 가뭄이 들면 마르고, 큰 비가 오면 흐려진다.
반면 예수의 사랑은 바다와 같다. 수많은 강물을 받아들이면서도 넘치지 않고, 수많은 배가 오가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아무리 퍼내도 줄어들지 않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마르지 않는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세상이 생각하는 사랑과는 달랐다. 그분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만 사랑하지 않으셨다. 병든 자를 찾아가셨고, 세리와 죄인의 친구가 되셨으며,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이들의 곁에 머무셨다.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사람을 품으셨고, 모두가 포기한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셨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현재를 보았지만 예수께서는 그 사람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보셨다. 사람들은 허물을 보았지만 예수께서는 상처를 보셨다. 사람들은 죄를 보았지만 예수께서는 회복될 영혼을 보셨다. 예수 사랑의 절정은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단순한 형틀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랑의 언어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세상을 위해 죽으셨다. 심판하실 분이 대신 심판을 받으셨다. 모든 것을 가지신 분이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사랑은 말이 아니라 희생이라는 사실을 십자가는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꾼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를 원한다.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높이 올라갈수록 사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예수께서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셨다. 높아지기보다 낮아지셨고, 받기보다 주셨으며, 섬김을 받기보다 섬기셨다. 그래서 예수의 삶은 한 편의 복음서 이전에 한 편의 사랑 이야기이다. 인생을 오래 살아보면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힘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한 말은 사람을 잠시 복종시킬 수 있다. 돈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권력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 수 있다. 사랑만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메마른 땅에 봄비가 스며들 듯, 얼어붙은 강에 햇살이 내려앉듯, 사랑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예수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천 년 전 갈릴리 언덕에서 끝난 사랑이 아니다.
오늘도 낙심한 사람을 일으키고, 눈물 흘리는 사람을 위로하며, 길을 잃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종종 하나님을 떠난다. 예수께서는 사람을 떠나지 않으신다. 사람은 약속을 잊어버린다. 예수께서는 기억하신다.
사람은 포기한다. 예수께서는 끝까지 기다리신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바람처럼 흩어진다. 끝내 남는 것은 사랑이다. 누군가를 품어 준 기억, 용서해 준 기억, 함께 울어 준 기억, 따뜻한 손길 하나가 남는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남기신 것도 결국 사랑이었다. 세상을 정복하지 않으셨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셨다. 거대한 궁전을 세우지 않으셨다. 사람의 영혼 속에 집을 지으셨다. 하여, 예수 사랑은 종교를 넘어 인간 존재를 향한 가장 깊은 위로이다. 어두운 밤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별이 되고, 거친 파도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등대가 되며, 외로운 영혼에게는 따뜻한 집이 된다.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도 변하지 않을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예수 사랑은 그 사랑의 가장 높은 이름이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