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어머니의 손 ㅡ청람 김왕식

어머니의 손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어머니의 손

새벽은 닭이 먼저 연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거친 손등이 어둠의 빗장을 열었다

한 그릇의 밥은 논에서 익은 것이 아니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먼저 쌀알이 되었다

찢어진 고무신 한 켤레. 먼 길을 걸어도 발보다 먼저 닳은 것은 자식 걱정이었다

자식 입에는 흰쌀밥을 담고

당신의 그릇에는 찬물에 만 밥 한 덩이를 봄날처럼 웃으며 드셨다

주름은 늙음이 아니었다

평생 꾹꾹 눌러 삼킨 눈물의 연륜이었다

손마디는 마디가 아니었다

가난을 건너온 시간의 마디였다

어머니는 봄에는 꽃으로 살지 못했고 여름에는 그늘로 살았으며 가을에는 들녘의 황금빛이 되었고 겨울에는 아궁이 불씨 하나로 온 식구의 계절을 지켰다

세월은 당신의 검은 머리를 하얀 눈으로 덮어 놓았으나

자식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한 번도 늙지 않았다

세상은 영웅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나에게 가장 위대한 영웅은 이름 없는 부엌에서 이름 없는 밭에서 이름 없는 새벽을 평생 일으켜 세운 어머니였다

오늘도 바람이 마당을 스쳐 가면 어디선가

“밥은 먹었느냐.”

낮고 따뜻한 음성 하나 들꽃 향기처럼 가슴 깊은 곳에 피어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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