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한 줌의 옥수수 ㅡ청람 김왕식

       한 줌의 옥수수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 줌의 옥수수

아이의 아침은 밥 냄새가 아니라 허기의 울음으로 밝아온다

하루를 버티게 하는 것은 삶은 옥수수 한 줌

그마저도 세 동생의 손바닥으로 먼저 흩어진다

물은 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 리 맨발 끝에 있다

갈라진 발바닥마다 뜨거운 흙이 박히고

표주박 하나에는 하늘이 아니라 흙탕물 한 움큼이 담긴다

어머니는 병든 숨을 천천히 세고

아버지는 돈을 벌겠다며 떠난 뒤 계절 몇 번이 바뀌도록 길 끝에서 돌아오지 않는다

열 살 아직 인형을 안고 잠들 나이

그 아이는 동생 셋의 아버지가 되고 누나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

배고픔은 나이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밤이 오면 막내의 배를 쓰다듬으며

“내일은 괜찮을 거야.”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일을 동화처럼 들려준다

별들은 아프리카 하늘에 너무도 많이 떠 있는데

아이의 그릇에는 별 하나 내려앉지 않는다

세상은 달까지 다녀왔으면서

한 아이의 식탁까지는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오늘도 열 살 가장은 눈물을 삼켜 동생들에게 웃음을 나누어 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어깨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가족을 업고 있다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