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브런치스토리 게재 작품 5000 편, 죄송합니다!

브런치스토리 게재 작품 5000 편, 죄송합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오천 편의 강을 건너는 사람 ― 청람 김왕식 선생님을 바라보며

김용정

브런치스토리에는 참 많은 작가님들이 계십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엮고, 저마다의 언어로 세상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 가운데, 제가 오래도록 마음으로 바라보는 한 분이 계십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선생님. 오늘 선생님께서 《장준하 선생을 기리며》라는 글을 올리셨습니다. 브런치 개인 창작물, 오천 편.

…오천 편이라니.

솔직히, 이 숫자가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 저는 감히 가늠이 잘 안 됩니다. 다만, 브런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자리라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마음을 두드린 것은 그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오천 편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을 그 시간의 무게.

그게… 자꾸 마음에 남습니다.

사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참 동경하면서도, 마음만큼 따라가지는 못하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변명까지 지어낼 줄 아는,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 다 되었죠. 그래서였을까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천 편’이라는 말이, 저 같은 사람에게는 유독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글이란 게, 마음 내키는 날에만 써서는 결코 오천 편에 닿을 수가 없으니까요. 한두 해 반짝하는 열정으로 될 일도 아니고…

오랜 세월, 스스로를 책상 앞에 앉히고, 생각을 언어로 다듬고, 삶을 문장으로 빚어낸 사람만이… 겨우 남길 수 있는 기록이겠지요.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글을 소비하지 않으십니다. 글을 살아내십니다.

시를 읽으면 시인의 영혼이 먼저 만져지고, 수필을 읽으면 삶의 온기가 먼저 전해지고, 평론을 읽으면 작품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사람’이 보입니다. 화려한 문장을 앞세우기보다, 인간을 향한 믿음과 따뜻한 시선을 먼저 품고 계셔서… 그래서 선생님의 평론은, 흠을 들추는 비평이 아니라, 작품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안내서 같습니다.

(저 같은 무식한 독자의 손까지 붙잡고 데려가 주시는… 그런.)

선생님의 글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시와 수필, 평론, 인문학, 철학, 역사, 종교와 교육을 넘나들지만… 신기하게도,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소재는 저마다 달라도, 결국 사람을 향한 애정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책임. 그것이 선생님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저는 새삼 깨닫습니다. 문학은, 재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 문학은 성실이구나. 문학은 인내이구나. 문학은, 한 문장을 위해 몇 번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손이구나. 선생님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오신 분입니다.

오천 번째 글이 하필 《장준하 선생을 기리며》라는 것도, 저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분은 행동으로 시대를 증언하셨고, 또 한 분은 글로 그 시대를 기록하고 계시니까요. 양심과 사유를 지키려 했던 마음이, 그렇게 오천 편째에 가만히 포개지는 것 같아서… 괜히 저 혼자, 조금 뭉클했습니다.

기록은, 결국 시간을 이기는 것 같습니다. 한 편의 글은 하루를 밝히고, 천 편의 글은 한 시대를 비추고, 오천 편의 글은… 한 사람의 삶 그 자체를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가장 큰 자취는, ‘많이’ 쓰셨다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써오셨다는 것. 세상이 그렇게나 빠르게 변하는 동안에도, 사람을 향한 그 시선을 끝내 놓지 않으신 것. 그 꾸준함이, 오늘의 오천 편을 만든 것이겠지요.

욕심을 조금 부려 보자면, 이 오천 편이 선생님 한 분의 기쁨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자꾸만 게으름에 변명을 붙이는 사람에게는 성실의 가치를,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울림을…

가만히 일깨워 주는, 그런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오천 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겠지요.

앞으로도 선생님의 문장이, 더 많은 마음을 데우고, 더 깊은 생각을 깨우며, 우리 곁의 문학을 조금씩 넓혀가리라 믿습니다.

선생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천 편의 문장은, 한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한 시대를 향한 성실의… 역사인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만큼은 제 특유의 쌈마이 냄새를 좀 걷어내고, 어쭙잖게나마 선생님의 문장을 흉내 내어 봤습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반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닮아질까 싶어서요…) 괜찮았나요? 허허. ― 감히, 오천 편의 강가에 서서, 두서없이 끄적여 봅니다.

김용정 작가님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과분한 글을 읽으며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축하의 말씀보다 앞으로 더욱 낮은 자세로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을 먼저 느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5,000편의 글은 결코 자랑할 기록이 아니라, 하루하루 부족한 저 자신과 씨름하며 걸어온 시간의 흔적일 뿐입니다. 그 가운데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생각할 거리를 드릴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제 글을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 주시고, 이렇게 깊은 마음을 담아 격려해 주신 것은 제게 큰 선물이자 앞으로의 창작을 향한 소중한 채찍이 되었습니다.

문학은 사람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평론 또한 작품을 재단하는 일이 아니라 작품 속에 담긴 인간의 숨결을 함께 발견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글을 써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겠습니다.

5,000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 여기겠습니다. 더 많이 쓰기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화려한 문장보다 더 진실한 언어를 선택하며,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글을 쓰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귀한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신 김용정 작가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문학의 길에서 오래도록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김왕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