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시인의 시 '들었다' 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 시조시인 김민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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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시인 김민정
물소리를 읽겠다고 물가에 앉았다가
물소리를 쓰겠다고 절벽 아래 귀를 열고
사무쳐 와글거리는 내소리만 들었다
□
시조시인 김민정은
성균관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시조문학> 창간 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 장원 등단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ㆍ상임이사
한국예총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여성시조문학회 고문
<저서>
시조집
《나, 여기에 눈을 뜨네》 《지상의 꿈》 《사랑하고 싶던 날》 《영동선의 긴 봄날》 《백악기 붉은 기침》 《바다열차》 《모래울음을 찾아》 《누가, 앉아 있다》 《창과 창 사이》 《함께 가는 길》
《꽃, 그 순간》《꽃, 그 순간》(베트남어로 베트남에서 출간) 《함께에서 좋은》(맥캔, 김민정, 우형숙 3인 한글•영문시조집)
들었다《육필시조집》
엮음집
영문시조번역집
《해돋이》(303인 현대시조선집)
스페인어시조번역집
《시조, 꽃 피다》(333인 현대시조선집)
영어•아랍어시조번역집
《시조 축제》(303인 현대시조선집)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평설집
《 모든 순간은 꽃이다》
《시의 향기》
논문집
《현대시조의 고향성》
《사설시조 만횡청류의 변모와 수용양상》
<수상>
공간시인상본상, 나래시조문학상, 시조시학상, 선사문학상, 김기림문학상, 월하시조문학상, 성균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한국여성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박양균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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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를 넘어, 내면의 진동을 들었다 ― 김민정 시의 청명한 ‘들음’의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론가
김민정 시인의 시 ‘들었다’는
‘들음’의 본질을 묻는 짧지만 깊은 사유의 시이다.
이 시는 헤르만 헤세의 《시타르타》를 연상케 한다.
물소리를 읽고자 물가에 앉고, 그것을 쓰고자 절벽 아래 귀를 열었지만, 끝내 들린 것은 자기 안의 내음內音뿐이었다. 이 짧은 노정은 단순한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언어, 자아와 자연의 어름을 탐색하는 내적 순례이다.
물은 곧 생명의 원형이자 시적 언어의 원류이다. 시인은 그 흐름을 ‘읽겠다’는 의지로부터 ‘쓰겠다’는 창조의 행위로 옮겨가지만,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타자他者의 소리가 아닌 자신의 내면이었다.
이는 모든 예술이 결국 자기 내면의 소리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와글거리는 내소리’라는 표현은 인간의 사유가 얼마나 끊임없이 요동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동시에 ‘고요를 통해 진정한 들음에 이르는 길’을 암시한다.
즉, 시인은 ‘밖의 물소리’를 빌려 ‘안의 목소리’를 자각하게 되는 역설의 순간을 포착한다.
시인 김민정의 시 세계는 늘 경청과 절제의 미학 위에 서 있다. 그는 말보다 ‘들음’을, 표현보다 ‘묵음’을 귀하게 여기는 시인이다. ‘읽겠다’와 ‘쓰겠다’ 사이의 짧은 간극 속에서 존재는 스스로의 언어를 시험받는다.
바로 그 간극의 체험이 이 시의 정수다. 자연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통찰력, 언어의 미세한 결을 잡아내는 감각은 시조문학의 고전적 품격과 현대적 사유가 조화된 결과이다.
그의 삶 또한 이러한 시적 태도와 맞닿아 있다. 1985년 등단 이후 시인 김민정은 시조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의 감각을 담아낸 개혁적 시인으로 평가된다. 학문과 창작을 병행하며 한국 시조의 현대적 미학을 체계화한 그는, 언어의 본질을 ‘삶의 향기’와 ‘인간의 내면성’으로 확장시켰다.
《나, 여기에 눈을 뜨네》에서 시작된 그의 노정은 ‘듣는 자’로서의 시인, ‘깨닫는 자’로서의 인간을 탐구해온 긴 명상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시 ‘들었다’는 그 노정의 응축된 결정체다. 자연 앞에서 자아의 소란을 마주하고, 그 소란 속에서 다시 자연의 침묵을 듣는 역설의 미학. 그것이 바로 김민정 시인의 문학적 가치이자 존재 철학이다. 듣는다는 것은 곧 자신을 비우는 일이며, 시는 그 비움의 자리에 피어나는 가장 투명한 소리다.
시인은 말한다 — “물소리를 듣는 일은 곧 나를 듣는 일”이라고. 그 깨달음이야말로 시인 김민정 문학이 지향하는 궁극의 미의식, 즉 ‘들음으로써 피어나는 존재의 자각’이다.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