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속에 피어나는 하나님의 복음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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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속에 피어나는 하나님의 복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봄 기운이 완연하다.
겨울의 그림자는 물러난 듯 보이지만, 공기 속에는 아직도 찬 숨결이 남아 있다. 계절은 언제나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며, 그렇게 봄은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연둣빛 싹이 땅을 밀어 올린다. 아직은 여린 빛이지만 그 속에는 분명한 생명의 의지가 담겨 있다. 멧새의 소리도 한결 가벼워졌다. 겨울을 건너온 작은 생명들이 제 목소리를 되찾으며, 세상은 다시 숨을 고른다. 그 소리는 크지 않으나 분명하다. 살아 있음의 증거다.
그 봄의 길목, 한 골목에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온기가 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참된교회(담임목사 김현진) 성도들이 서 있다.
지나가는 이들의 손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쥐여 주고, 쌍화차의 온기를 건넨다. 몸을 움츠리고 걷던 이들이 잠시 걸음을 늦춘다. 손에 전해진 따뜻함이 손끝을 지나 마음으로 번진다.
그들의 손길은 크지 않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작은 나눔 속에는 깊은 믿음이 스며 있다. 말보다 먼저 건네지는 온기, 그것이 이들이 전하는 복음의 시작이다. 하나님을 말하기 전에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일, 그 소박한 실천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진리를 드러낸다.
벤치 위에는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쥔 채, 천천히 따뜻함을 마신다. 그 모습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겨울을 지나온 삶이 봄을 맞이하는 조용한 의식처럼 보인다. 말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안도, 그리고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다.
한쪽에는 작은 푯말이 서 있다.
“요한복음 14장 6절 — 예수님은 길이요 생명입니다.”
그 문장은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잠시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말은 누구에게나 같은 깊이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지나가는 문장일 뿐이고, 어떤 이에게는 삶의 방향이 된다. 그 차이는 말이 아니라 마음의 자리에서 생겨난다.
이 골목의 풍경은 특별하지 않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장면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중요한 진실이 있다. 세상은 거대한 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작은 온기 하나, 짧은 인사 한마디, 조용한 손길 하나가 사람의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삶의 방향까지 바꾸어 놓는다.
이들은 크게 외치지 않는다. 다만 서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서 있음이 곧 하나의 노래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합창이 골목을 채운다. 따뜻한 차의 김이 올라오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잠시 느려지는 그 순간마다, 그 합창은 더욱 또렷해진다.
봄은 그렇게 온다.
연둣빛 싹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을 통해, 사람의 온기를 통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스며든다.
이 골목의 천사들은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따뜻한 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손으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