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하늘은 바다이다, 거꾸로 쏟아질까 두려웠다!

하늘은 바다이다, 거꾸로 쏟아질까 두려웠다! 2023.07.25

나의 초등학교 그림일기

제목 ;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은 바다이다 바다가 하늘에 거꾸로 걸렸다 무섭다

내 머리에 쏟아질 것 같다 어디에 숨지 아무리 찾아도 숨을 곳이 없다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이젠 됐다!

그런데 물은 안 쏟아지고 떵그렁!

엄마의 부지깽이 소리만 요란타

1968년 8월 23일

김왕식

여전히 저 무서운 듯 아름다운 가을 하늘은 마음에 박혀 있다.

나의 초등학교 때 그림 일기장에 담겨있던 그 하늘은

이 세상 어떤 색깔로도 표현할 수 없는 청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시절,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은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이었다.

가을 하늘은 바다였다. 하늘이 역동적인 파랑의 바다로 변해,

내 머리 위에 엎드려질 것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무섭기까지 했다.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고, 거대해서 어디에 숨을 곳이 없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할 수 없이 그 높은 하늘과 마주하기 위해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떵그렁,

그때의 나는 그런 아름다운 가을 하늘 아래서 엄마의 부지깽이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웃었다.

그 웃음은 오늘날의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물론, 그 가을 하늘 아래서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50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잊었다.

그때의 내가 그려놓은 그림 일기장의 가을 하늘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은 서재 구석에 묻힌 빛바랜 공책에서 발견한 나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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