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대우 큰스님 ㅡ 청람 김왕식
내장사 대우 큰스님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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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대우 큰스님
청람 김왕식
큰 산은
자기 높이를 말하지 않는다
대우 큰스님 앞에 앉으면
먼저 한 채의 산이 보인다
얼굴에는
세월이 다듬은 큰 바위 하나
미소는 저녁 산그늘처럼 깊고
말은 급한 물을 닮지 않았다
무슨 말을 올려도
고개 한 번 끄덕여
사람의 마음부터 받아준다
옳다 그르다
성급히 칼을 세우지 않고
한 사람의 사정이
제 빛을 다 드러낼 때까지 기다린다
다만
정도가 비껴가는 기척이 나면
그 느긋한 산에
벼락 한 줄 선다
짧은 한마디
그 말은 꾸짖음이 아니라
길을 잃은 발 앞에 놓이는
한 조각 반석이다
큰스님에게 부처는
법당 안에만 계시지 않는다
처마 끝 물방울에도
마당의 돌 하나에도
낙엽을 미는 바람에도
밥을 짓는 손에도
여래는 제 얼굴을 드러낸다
삼라만상이 부처라면
세상에 버릴 것이 없고
모든 생명이 여래라면
함부로 낮출 사람도 없다
대우 큰스님은
깨달았다는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그윽한 미소 하나
느긋한 대답 하나
그릇됨 앞의 단호한 일침 하나로
이미
큰 바위 얼굴이 되어 있다
생불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을 품되
진실까지 흐리게 하지 않는 사람
자비의 품 안에
정도의 뼈를 세워둔 사람
내장사 깊은 산자락에
오늘도 그런 산 하나
말없이 앉아 있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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