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찻잔
늦가을의 찻잔 2024.10.15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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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찻잔
청람 김왕식
툇마루 끝자락에 걸터앉아 석양이 스미는 들녘을 바라본다.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는 사이 주름진 손끝에 따스한 찻잔이 닿는다.
노인의 손, 그 위에 겹쳐진 또 다른 손 긴 세월의 이야기를 가만히 나눈다. “이제는 바람도 우리 곁에 머무네.” 가만히 웃으며 찻잔을 들어 올린다.
석양은 천천히 산 너머로 기울고 바람도, 시간도 멀어지는 이 순간 늦가을은 그들의 미소 속에 깃들고 함께한 날들의 깊이를 잔 속에 우려낸다.
텅 빈 들판마저 따뜻해진 이 시간, 노부부의 눈동자엔 서로가 고운 단풍으로 물든다. 말 없는 찻잔 사이에 두 마음은 여전히 봄을 피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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