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화살나무 ㅡ 시인 김인덕

화살나무 ㅡ 시인 김인덕 2024.12.27

김왕식

화살나무

시인 김인덕

쌓아두기만 하다가 문 한번 잘못 열어 우당탕탕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기억의 창고

벗어나는 게 너무 간단해 더 외로웠고 울타리가 너무 헐거워 아는 게 너무 없었다

황록색 꽃으로 피고 붉은색 열매가 되어 화살 깃 날개로 떠나게 되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화살이 되지 못해 화살나무가 된 활촉 없는 나무 과녁을 향한 가늠자 없어 쏟아낸 기억 겨누지 못한다

■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김인덕 시인의 ‘화살나무’는 기억과 삶의 방향성을 화살나무라는 상징적 소재로 표현하며, 인간 내면의 고독과 방황을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이다. 시는 기억의 혼란스러운 발현과 그것이 불러오는 정서적 공허를 진솔하게 드러내며, 화살나무의 생태적 속성을 통해 삶의 미완성과 성찰의 지점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한다.

시적 화자는 “기억의 창고”를 열어 우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억의 무게를 체감하며, 이를 정리하거나 초점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고백한다. 이 과정은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존재의 중심을 흔드는 역동적 요소임을 암시한다. 특히 “벗어나는 게 너무 간단해 더 외로웠고”라는 구절은 관계의 단절이 주는 고립감과 인간 본연의 허약함을 탁월하게 드러낸다. 이는 현대인의 심리적 갈등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의 인간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화살나무의 생태적 특징은 시적 상징의 정점을 이룬다. “황록색 꽃”과 “붉은색 열매”로 피어나지만 결국 “활촉 없는 나무”로 남는다는 표현은 삶의 방향성을 잃은 존재의 상태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서 화살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목표를 잃은 인간의 상징으로 전환된다. “쏟아낸 기억 겨누지 못한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온전히 직면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불완전함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요컨대, 김인덕 시인의 작품 세계는 화려함이나 과잉된 감정 표현 없이도 일상의 언어 속에서 심오한 미의식을 구현한다. ‘화살나무’는 기억과 삶의 방향성을 묻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는 데 기여한다. 작가는 기억의 정리와 방향 설정이 곧 삶의 과녁을 정하는 과정임을 암묵적으로 제시하며, 독자에게 내면의 방향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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