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봄이, 경칩인데

봄이, 경칩인데 2025.03.05

김왕식

봄이, 경칩인데

청람

개울은 눈을 비비며 해묵은 겨울을 밀어낸다. 젖은 바람 한 자락, 흙속에서 풀리는 낮은 숨결. 어디선가 들려올 듯한 봄의 첫울음, 그러나—

텅 빈 논둑 위로 침묵만 흩어진다. 풀잎은 몸을 낮추고 물길은 굳어버린 지 오래. 한때 들썩이던 합창은 메아리도 남기지 못했다.

돌을 들어 올리면 그 아래 눌린 자국뿐. 도랑은 길이 되었고 개울은 벽이 되었다. 울어야 할 것들이 사라진 봄, 그 자리엔 서늘한 바람만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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