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2025.04.01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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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시는 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 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
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 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 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
그들은 큰 뜻 없이 쓴 듯, 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다
시는 연필심 같다 쉽게 부러지지만 잠깐의 어둠을 남긴다
유명세란 비 오는 날 대문에 걸린 현수막 젖으면 지워지고, 바람 불면 찢긴다
무명작가의 시도 빛나지 않아도 돌 속에 감춰진 금맥처럼 깊다
종이 위에 눌러앉은 그 문장들 하얀 눈 위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처럼 잠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
시는 결국 하루의 그림자를 모아 가만히 접어두는 일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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