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2025.04.03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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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청람 김왕식
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 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 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 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 서둘러 몸을 접었다.
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 타는 나무의 비명은 삶의 틈새마다 먹물처럼 번졌고 집 한 채, 시간 한 덩이, 이름 없는 하루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창백한 대문을 열면 먼지보다 먼저 울음이 흘러든다. 벽에 걸린 그리움의 액자, 불타지 못한 한 줌의 기억은 여전히 타닥타닥 심장을 찔렀다.
텅 빈 마당, 무너진 식탁, 고양이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 잿더미 아래 눌려 숨을 죽였다.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 슬픔 앞에 놓인 허전한 방석 같았다.
불은 떠났지만, 그들의 심장엔 아직 불씨가 남아 있었다. 밤마다 타오르는 과거의 그림자들, 그 소리는 도무지 잠들 줄 몰랐다.
그래서 기도한다. 검게 그을린 가슴팍에도 언젠가 다시 피어날 푸른 이파리, 부서진 벽돌 위에 놓일 작은 평화, 그늘조차 머물 수 있는 지붕 하나.
이 산이 다시 푸르러질 때까지, 우리의 손이 그 뿌리가 되기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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