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도서관 사서의 손등

도서관 사서의 손등 2025.04.23

김왕식

도서관 사서의 손등

책의 숨을 덮던 사서의 손등 위엔 바랜 흉터 하나, 지운 듯 남은 옛 문장의 쉼표였다.

반납 도장을 찍는 소리, 그것은 종이의 심장을 두드리는 오래된 인사처럼 가끔 책보다 먼저 다정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손을 지나 떠났지만 책은 안다, 글보다 먼저 자신을 감싼 그 손의 조용한 체온을.

페이지가 넘어진 자리에 시간이 눕고 그 손은 오늘도 말 없는 문장을 읽어낸다—

세상이 모르는 방식으로 세상을 품는 손.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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