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무표정한 기사님의 등

무표정한 기사님의 등 2025.04.23

김왕식

무표정한 기사님의 등

검은 등짝 하나가 버스의 긴 숨을 밀고 있었다 말 없는 어깨는 수십 개의 피곤한 하루를 고요히 실은 짐칸 같았다

손잡이에 매달린 체온들, 창문에 기대선 무표정들, 그 모든 침묵을 등 하나가 끝까지 감싸 안고 갔다

종점에 닿아 문이 열릴 때 작은 바람처럼 그가 남긴 한 마디

“조심히 가세요”

그 말은 등 뒤에서 오래 웅크리고 있던 하루를 다정히 안아주는 손 같았다

등불도 표정도 없던 그 등은 사실, 말보다 따뜻한 하루의 마지막 위로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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