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자운(紫雲)의 틈

자운(紫雲)의 틈 2025.04.30

김왕식

자운(紫雲)의 틈

헤이리 마을 끝자락, 시간이 뒤를 돌아보는 자리에 한 채의 숨결이 앉아 있다.

무명천은 햇빛의 말수를 줄이고, 그 아래, 자운 선생의 미소는 찻물처럼 고요히 번진다.

그의 마음은 바람의 중심 같았다— 흔들리되 흩어지지 않는, 들꽃 한 송이로 피어나 황톳길 가장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

멧새는 그 곁에서 울지 않는다. 그저 한 음절의 침묵으로 자운을 닮는다.

그의 존재는 빛보다 느리게 오는 새벽 같고, 말보다 먼저 가 닿는 손 같았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틈새에서 자운은 자운을 따르고 있었다.

세상이 묻기 전부터 그는 대답처럼 거기 있었고, 바람도 그를 지나 말없이 멈추었다.

ㅡ 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