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서울은 지옥이다 ㅡ 청람 김왕식

서울은 지옥이다 2025.06.16
서울은 지옥이다

ㅡ 청람 김왕식

김왕식

서울은 지옥이다

숨이 막힐 것 같다. 자유로 위, 단 5km를 가는데 벌써 1시간 반이 흘렀다. 버스 창밖 풍경은 느릿느릿, 시곗바늘은 비정하리만치 더욱 빠르게 돌고 있다. 목표는 강남역, 오전 11시. 하지만 이 정도 흐름이라면 도착은 12시.

약속의 시간이 차오를수록,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을 두드린다. “좀 더 일찍 나왔어야…” 주위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미 나는 버스 안, 발 움직임 하나 없이 시간에 갇혀 있다.

“하루 전에 출발하면 되지.” 그 대답은 위로는커녕 더 깊은 공허를 남긴다. 하루를 앞서 살아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니, 이게 정말 합리적인 세상인가.

버스에 몸을 맡긴 채, 내 심장만이 열심히 약속 시간에 달린다. 차창 저 너머는 이미 이른 교통체증의 무덤. 나는 그 속에서 숨 고를 여유조차 잃은 채, 시간과 싸우고 있다.

“예측 불가” — 이건 단순한 말이 아니다. 도시의 심장, 서울의 교통이 내게 던지는 가장 무서운 무기다.

분명히 5km: 1시간 반. 이 숫자는 차갑고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 현실보다 더 무거운 건 ‘언제 풀릴지 모를 정체’, ‘미리 나와도 무력한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앞에 서서 숨이 멎을 듯 답답해지는 내 마음이다.

차 안 정적 속에서 나는 나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싸움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기를, 운명이 바뀌기를 바랄 뿐이다.

이 고통, 이 불안 — 차 안에서 한 줄기 빛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더 빨리 나와라’ 같은 말 대신 차가 막히는 현실에 대한 작은 준비라도 함께 고민해 보자.

언젠가 이 길이 고요해지길, 우리가 숨 돌릴 시간을 되찾길.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이 길 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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