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교향악 ㅡ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새벽의 교향악 2025.06.17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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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교향악
밤이 물러간 자리, 희미한 은빛 여명이 창가에 머문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첫 번째 방문자는 다름 아닌 새. 작은 부리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꿈결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심장박동처럼 조용하고도 또렷하다. 말 한마디 없지만, 그 속에는 ‘깨어나라’는 은밀한 초대장이 숨어 있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벽의 무대가 막을 올리는 시간이다.
새소리는 하나의 선율이다. 먼 숲 너머에서, 가까운 지붕 위에서, 가지 끝과 잎새 사이에서—각기 다른 새들이 각기 다른 음역으로 노래한다. 세상의 시작부터 이 역할을 맡아온 듯한 연주자들. 그들의 노래가 퍼지는 공간은 어느새 작은 콘서트홀이 되고, 그 속에 있던 마음 또한 고요히 가만히 머문다.
창이 열리자, 바람이 악보를 넘긴다. 햇살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며 첼로의 긴 활처럼 공간을 쓰다듬고, 고요한 집 안은 조금씩 깨어난다. 주전자 속 물은 작은북처럼 울리고, 커피 향은 플루트처럼 공기를 따라 흐른다. 세상은 그렇게 음악이 되어, 온기를 품은 채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새벽은 창조의 첫 줄 같은 시간이다. 모든 소리가 처음 같고, 모든 빛이 새롭다. 같은 새가 같은 나무에 앉아 울어도, 오늘의 소리는 어제와 다른 떨림을 지닌다. 마치 매일의 일출이 어제와는 다른 노을빛을 품듯, 삶 또한 그렇게 매 순간 새롭게 쓰이고 있다.
어떤 날은 무거운 베이스처럼 하루가 울렸고, 또 어떤 날은 불협화음 속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새벽의 교향악은 조화를 향한 은밀한 흐름을 일깨운다. 혼자 노래하는 듯한 작은 새조차, 사실은 숲 전체의 리듬을 기억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균형을 알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삶은 하나의 음표로 조용히 어우러진다.
새가 날아간다. 날갯짓은 음계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고요가 다시 창가에 앉는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그 음악 속을 걷는다.
이른 아침의 새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부르는 첫 번째 노래이자, 잊고 지낸 내면의 리듬을 깨우는 진동이다. 그 진동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오늘이라는 하루도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악장이 된다.
이 교향악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매일 다시금 마음을 조율하며 살아간다. 잠들어 있던 리듬이 다시 깨어나고, 세상의 첫소리가 다시 심연에서 올라온다. 이 새벽은, 언제나 조용히 존재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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