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순종하는 삶의 숭고함에 대하여 ㅡ청람 김왕식

순종하는 삶의 숭고함에 대하여 2026.06.14
순종하는 삶의 숭고함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순종하는 삶의 숭고함에 대하여

순종이란 흔히 복종과 혼동되곤 한다. 그러나 참된 순종은 강요에 의한 굴복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낮아져 누군가의 뜻에 기꺼이 마음을 여는 태도이며, 인간 내면의 가장 고요한 결단이다. 고집을 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여는 것이고, 자기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뜻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종은 약자의 선택이 아니라 강자의 절제이며, 단순한 따름이 아니라 깊은 사유 끝에 도달한 지혜의 자세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살고 싶어 한다. 그 자유로운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자율성의 표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제 뜻만 앞세운다면 세상은 충돌과 갈등으로 가득할 것이다.

하여, 순종은 이기적인 욕망을 단련시키는 수련의 길이며, 조화로운 공존을 향한 내면의 미학이다. 그것은 타인의 권위에 무조건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 큰 질서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그 질서 속에 위치시키는 겸허한 앎이다.

순종하는 삶이 숭고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과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에 기꺼이 따르는 자녀의 마음은 믿음이 깃든 것이고, 삶의 고단한 흐름을 감내하는 이의 마음은 운명 앞에 자신을 맡기는 경건한 기도와도 같다. 믿음이 없는 순종은 폭력이고, 이해 없는 순종은 맹목이다. 그러나 사랑과 이해로 빚어진 순종은 가장 인간적인 선택이며, 인간 존재의 고결함을 드러내는 태도다.

자연을 보라.

강은 산의 순종으로 흐르고, 꽃은 계절의 순종으로 핀다. 해와 달조차도 순환하는 질서에 스스로를 내맡긴 채 세상의 균형을 이룬다. 위대한 존재들은 외려 스스로를 작게 여길 줄 안다. 그리하여 진정한 위대함은 순종하는 자에게 머무르고, 참된 숭고는 겸손한 자의 발밑에 피어난다.

오늘, 삶의 갈림길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순종은 패배가 아니고, 멈춤이 아니다. 그것은 깊은 내면의 수긍이고, 삶을 신뢰하는 용기다. 고요히 따르는 삶, 그 숭고한 태도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격을 지켜낼 수 있다.

순종은 가장 지혜로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ㅡ 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