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아침은 마음의 창문을 연다 ㅡ청람 김왕식

아침은 마음의 창문을 연다 2025.06.22
아침은 마음의 창문을 연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아침은 마음의 창문을 연다

청람 김왕식

빛은 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어제저녁, 해는 천천히 서쪽 능선에 허리를 기댄 채 하루의 피곤을 말없이 거두었다. 그 퇴장엔 어떤 슬픔도 항변도 없었지만, 그 사그라짐을 지켜보는 마음은 문득 무거워졌다. 햇살의 자리를 따라 마음도 낮게 내려앉고, 그늘이 내면 깊숙이 깃들었다.

밤은 마치 커다란 봉투 같았다. 모든 것을 접고 넣고 감춘다. 불확실한 내일, 미처 다 쓰지 못한 말들, 지치고 망설인 감정들까지 밤은 차곡차곡 접어 어둠 속에 눕힌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침묵을 이불 삼아 세상을 덮는다.

허나 자연은 늘 놀랍다. 가장 깊은 어둠 끝자락에서 빛은 다시 태어난다. 동녘 하늘은 불붙은 듯 물들고, 첫 햇살은 마치 오래 잠들었던 영혼의 창문을 두드리듯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 빛은 찢긴 마음의 조각들을 기워내는 바늘이 되고, 희망을 적시는 이슬이 된다.

아침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의 무게를 통과한 영혼이 다시 숨을 쉬는 순간이며, 포기하지 않은 존재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햇살이 떠오르면 마음은 어김없이 살아난다. 희망은 언제나 동쪽에서 시작되고, 그 빛은 한 사람의 가슴에서 다시 세계로 퍼져나간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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