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ㅡ 청람 김왕식
말하지 않아도 2025.07.17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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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김왕식
말하지 않아도 스며드는 마음이 있다 비 오는 날, 나무는 젖은 어깨로 세상을 끌어안는다
바람이 거세질수록 그 사람의 고요는 더 깊어지고 입술 끝에 머문 침묵은 빛보다 조용히 마음을 건넌다
가벼운 말이 스쳐간 자리엔 찢긴 꽃잎과 흩어진 온기가 남고 묵묵한 기다림은 그 꽃잎을 주워 햇살로 다시 피워 올린다
숨죽여 삼킨 한마디가 오랜 시간 돌아와 어떤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덥힌다
가장 조용한 말은 멀리 있는 사람의 밤을 밝히고 아무 말 없이 건넨 눈빛은 혼잣말보다 더 많은 진심을 담는다
달빛은 소리 없이 창을 열고 고개 끄덕이는 이마 위로 세상이 천천히 기댄다
어설픈 위로는 금 간 벽을 흔들지만 말 없는 손등 하나가 닫힌 마음의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사람을 지키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며 그 침묵은 어느 이름보다 단단한 사랑이다
오늘도 나는 말없이 누군가를 품는다 한 줌의 체온만으로 세상을 쓰다듬듯 그를 향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은 가장 조용한 언어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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