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도착한다
바람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도착한다 2025.07.17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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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말보다 먼저 마음에 도착한다
시인 김왕식
사람과 사람 사이엔 말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문장이 분다
눈빛 끝에서 피어난 바람 하나 묻지 않고 캐묻지 않고 고요히 마음의 문을 연다
무심한 말 한 줄이 가슴에 돌멩이처럼 얹히면 침묵은 한없이 무거워지고 잊힌 약속은 그림자처럼 눌러앉는다
노승은 말했다 “가슴에 두지 말고 내려놓으라”라고
섬돌 위 고무신 물어뜯은 절 강아지 발길질 한 번에 그 말조차 바람 앞에서 무색해진다
자신조차 내려놓지 못한 삶을 어찌 경전처럼 차분히 펼 수 있으랴
바람은 묻지 않는다 그저 스친다 눈물 위로 다문 오해 위로 풀지 못한 매듭 하나 위로
바람은 말이 없다 그래서 더 멀리 그래서 더 깊이 닿는다
문학도 그러해야 한다 논리보다 결로 설명보다 여백으로
허물진 마음마다 연민의 숨결로 조용히 스며야 한다
말로 닿지 못하는 곳까지 침묵은 가 닿는다
한 줄의 문장은 바람처럼 멀고도 가까워야 한다
이해보다 기다림으로 용서보다 머묾으로
바람은 말보다 먼저 누군가의 가슴에 도착한다
말하지 않아도 울림이 되어 그 자리에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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