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 피맛골 사람들 ㅡ 제7편
청람의 피맛골 사람들 ㅡ 제7편 2025.08.03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제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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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의 피맛골 사람들
제7편 마포에서 온 노점상
이른 아침, 종로 2가 피맛골 입구에 새로운 손수레 하나가 들어섰다.
금속 바퀴는 오래된 아스팔트를 긁었고, 천으로 씌운 천막은 바람에 헐렁거렸다. 현수막도 간판도 없는 수레 위엔 잔치국수 몇 다발, 된장 항아리 하나, 말린 고사리 꾸러미 몇 개가 조용히 쌓여 있었다.
그 앞에 선 여자는 서복례(61). 마포시장 철거 이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피맛골로 밀려든 노점상이었다.
복례의 얼굴은 수세미처럼 닳은 손등만큼이나 햇살에 짙게 그을려 있었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대신 국수 삶는 솥에 매일 시간을 삶았다.
“누구요? 저 사람.” 삼해주방 난복은 곁눈질로 물었다.
“마포에서 왔다던데요. 시장 다 부서지고, 쫓겨났대요.” 백운사진관 도식이 대답했다.
“허허… 또 골목에 쏟아지는구먼. 여기 피맛골도 지켜내기 벅찬데.” 장수이발관 조이발이 한숨을 쉬었다.
누구 하나 복례를 내쫓진 않았다.
왜냐하면, 그 골목에 사는 이들은 언젠가 한 번쯤은 ‘쫓겨난 어느 날 오후, 복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국수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그때 우래옥 피맛면옥 이만수(82)가 무심코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그 속엔 된장이 아니라 편지 묶음이 들어 있었다. 한지로 묶인 손 편지 수십 통. 가운데 한 장엔 복례의 이름과 함께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서”라는 도장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그는 조용히 뚜껑을 덮었다.
며칠 뒤, 복례는 말없이 고사리국수를 삶아 작은 종이 그릇에 담았다.
그 국수를 난복, 도식, 조이발, 이만수 각자의 문 앞에 조용히 놓았다.
국물은 짜지 않고, 고사리는 부드럽고, 면발은 울음처럼 풀렸다.
국수를 먹은 이만수는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이건, 떠나겠다는 맛이야.”
다음 날 아침, 복례의 수레는 사라져 있었다. 손수레가 있던 자리에 작은 메모 하나가 붙어 있었다.
“피맛골은, 마지막으로 국수가 눈물 맛이 아니었던 곳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여기선, 사람이 사람 같았어요.”
{“장터는 사라졌지만 장터의 사람은 남았다. 그리고 국수는, 떠나는 사람의 인사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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