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두둑 ㅡ 청람 김왕식

두둑 2025.09.09
두둑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두둑

밭두둑이 길을 만든다 흙의 낮은 등줄기 씨앗은 그 등허리에 누워 봄빛을 이불 삼아 잠깐 노루잠 잔다. 고샅바람이 스치면 흙결이 일렁이고 개미들이 조용히 행차한다.

두둑은 물길과 땅의 숨을 나누는 어름 넘치면 들이고 모자라면 물린다 한 줄 또 한 줄 삶도 이렇게 가느다란 마디 이어 큰 무늬를 짠다.

아이 발자국이 가볍게 찍히고 낫과 괭이의 자국이 겹겹이 얹힌다 한 해가 지나면 두둑의 주름도 깊어져 이름 없는 수고들을 차곡차곡 저장한다

저녁, 붉은빛이 고즈넉이 내려앉을 때 두둑은 산처럼 낮고 산은 두둑처럼 가까워진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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