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ㅡ 청람 김왕식
아버지의 지게 2025.09.0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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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지게
아버지의 지게는 또 하나의 척추였다.
등에 걸린 순간 아버지는 땅과 맞닿은 기둥이 되었다.
멍에는 어깨뼈에 새겨진 글씨, 삶의 무게가 새겨놓은 이름표였다.
발자국마다 지게는 집을 세웠고 가족은 그 지붕 아래서 숨 쉬었다.
아버지의 침묵은 못처럼 깊었고 그 침묵이야말로 가족을 떠받친 기도였다.
밤이면 지게는 벽에 기대었으나 아버지의 허리는 여전히 그 그림자를 지고 있었다.
우린 몰랐다. 굽은 등판이 세상의 언덕을 대신 버텨냈음을.
나무였던 지게는 아버지의 등에 닿아 심장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안다. 그 무거움이야말로 우리 집의 가장 가벼운 웃음이었다는 것을.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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