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언덕 ㅡ 청람 김왕식
고요의 언덕 2025.11.05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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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언덕
― 마음의 파도 다스리기
마음은 바다와 같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고, 바람이 멈추면 잔잔해진다. 파도를 없애려 애쓰는 사람은 결국 바다를 어지럽힌다. 파도를 다스리는 길은 그저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일, 그 기다림 속에서 마음은 서서히 고요를 배운다.
누구나 분노와 슬픔, 질투와 불안 속에서 흔들린다. 그 감정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일부다. 문제는 감정을 없애려 하거나, 그것에 휘둘리는 데 있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깊이 스며들고, 붙잡을수록 더 거세게 요동친다. 따라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지 않고 감정이 스스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일. 그 순간 마음은 이미 고요의 언덕으로 향한다.
분노가 일어날 때, 그것을 억누르지 말고 지켜보라. 분노의 열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살펴보라. 그 뿌리는 대개 두려움이다.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존중받지 못할까 하는 불안이 분노의 불씨가 된다. 그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분노는 조용히 사라진다. 감정을 관찰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따뜻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슬픔 또한 마찬가지다. 잃음에서 오는 슬픔은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질문이다. 그 질문을 피하지 말고 들어주라. 눈물이 흐를 때는 울어야 한다. 그러나 울음이 끝나면, 그 자리에 고요가 온다.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넓음이다. 그 넓음이 바로 평화의 시작이다.
마음의 파도는 없앨 수 없지만, 파도 위에 서 있을 수는 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그것에 휩쓸리지도 않는 자세. 그 중심을 잡는 순간, 바다 전체가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그 호흡 속에서 삶은 다시 부드러워지고,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화해한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다. 소란스러운 도시 한가운데서도, 작은 숨결 하나에 고요는 깃들 수 있다. 마음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바라봄이 곧 치유다. 무엇을 없애야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평화는 찾아온다.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 감정조차 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 마음의 파도를 다스린다는 것은 파도 위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그 춤은 억제가 아니라 자유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고요의 언덕은 마음 안에 있다. 그곳에서는 어떤 바람도 두렵지 않다. 파도는 여전히 일지만, 그 소리를 아름답게 들을 줄 아는 마음이 자란다. 그 마음이야말로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평화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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