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허락하는 순간 ㅡ청람 김왕식
자신을 허락하는 순간 2025.11.12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자신을 허락하는 순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꾸며 세상 앞에 선다. 조금 더 나은 말투, 더 단정한 표정, 더 멋져 보이는 삶을 꿈꾼다. 처음엔 그것이 성장이라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종종 나 자신을 숨기기 위한 방패였음을 깨닫게 된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 속에서 정작 내 마음은 얼마나 지쳐 있었던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동안, 나는 내 얼굴을 잃고, 내 목소리를 잃었다.
진짜 매력은 꾸밈이 아니라 허락에서 비롯된다. 세상이 내게 허락해 주기를 기다리며 살던 날들은 길었다. 인정받기 위해 애썼고, 사랑받기 위해 변장했다. 인생의 어느 순간, 누군가의 칭찬도, 화려한 자리도, 내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가장 깊은 평화는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말할 때 찾아온다는 것을.
자신을 허락하는 사람은 외모보다 표정이 따뜻하다. 그의 걸음에는 불안이 없고, 말에는 억지가 없다. 그는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바로 자신감의 첫 씨앗이다. 자신을 허락한다는 것은 부족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 순간, 사람은 비로소 자신과 화해한다.
진짜 자신감은 큰 목소리가 아니다. 조용히 자신을 믿는 마음, 실패해도 괜찮다는 온기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외로울 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다. 스스로에게 내리는 작은 허락이다. “괜찮아, 오늘의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가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운다.
스스로를 허락하지 못하면 인생은 늘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모든 순간이 채점당하고, 모든 말이 평가받는다. 자신을 허락하는 사람은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한다. 그는 완벽한 삶보다, 진심으로 산 하루를 귀하게 여긴다. 그의 표정에는 자신과 세상을 동시에 이해한 사람의 온기가 깃든다.
스스로를 허락하는 순간, 남의 시선은 흐려지고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그 자유로움이 바로 사람을 빛나게 한다.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 애쓰지 않고, 삶의 결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는 더 이상 세상과 경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될 뿐이다.
삶이 주는 진짜 품격은 화려한 경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자신을 허락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인간적이다.” 이 한 문장을 가슴에 품는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모든 길을 사랑하게 된다. 허락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가장 깊은 존중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 순간부터 인생은 진짜 나의 것이 된다.
우리는 종종 남에게 보이는 ‘나’를 가꾸느라 정작 자신 안의 ‘진짜 나’를 방치한다. 그러나 마음의 깊은 곳에는 언제나 “괜찮다”라고 말해주길 기다리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삶은 더 이상 타인의 무대가 아니다. 그곳이 비로소 당신만의 세상이 된다.
스스로를 허락한다는 건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사랑하는 일이다. 결핍과 실수, 부끄러움까지도 나의 일부로 안아주는 일이다. 그 품이 깊을수록 마음은 단단해지고, 단단한 마음 위에서 사람은 빛난다.
완벽한 내가 아니라, 솔직한 내가 세상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그 솔직함은 꾸밈보다 오래 남고, 그 온기는 화려한 말보다 깊게 스며든다. 허락의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나’로 충분한 사람으로 서게 된다. 그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를 진짜로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ㅡ 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