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작은 구멍이 세상을 여는 순간 ㅡ청람 김왕식

작은 구멍이 세상을 여는 순간 2025.11.17
작은 구멍이 세상을 여는 순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작은 구멍이 세상을 여는 순간

김왕식

벌레가 잠시 머물렀던 자리 점 하나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잎은 그 구멍을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 구멍을 통해 처음으로 잎의 속살을 보았다

햇살은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침이 올 때마다 그곳을 가장 먼저 두드렸고 바람도 그 구멍을 지나며 자기 이름을 남겼다

잎은 느리게 깨달았다 지워진 자리가 문이 될 줄은 몰랐다고 잃은 만큼 넓어지고 부서진 만큼 멀리 열린다는 것을 그때서야 이해했다

흠 없는 곳은 빛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완전함은 닫힌 창이고 불완전함은 열린 창이다

작은 구멍 하나가 잎의 세계를 넓혔고 잎은 드디어 알았다

상처란 닫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조용히 열리는 쪽문이라는 것을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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