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ㅡ청람 김왕식

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2025.11.18
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작은 흔적을 남긴다. 말 한마디, 잠깐의 미소, 아무 의도 없이 건넸던 손짓 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의 표면에 잔잔한 자국으로 남는다. 그 자국은 희미해 보이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깊게 스며드는지 모른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이 어떤 이에게는 삶을 버티게 한 단 한 줄의 빛이 되기도 하고, 주지 않으려 했던 상처가 어떤 이에게는 오래된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흔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하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도 있다. 어떤 존재는 내 마음의 구조를 바꿔놓고, 어떤 말은 내 삶의 방향을 살짝 틀어놓는다.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흔적은 작지만 그 작은 결이 삶을 바꾸기도 한다.

오늘 문득 떠오른 얼굴 하나, 바쁜 와중에 건네준 짧은 안부의 온기, 잠깐 만났지만 오래 마음에 머물렀던 기척— 그 모든 흔적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은 서로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그 흔적이 쌓여 사람의 마음은 더 부드러워지고, 관계의 결은 더 깊고 단단해진다.

스쳐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조용히 밝혀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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