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ㅡ 5분 이후 ㅡ청람 김왕식
도스토예프스키 ㅡ 5분 이후 2026.01.14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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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이후
청람 김왕식
총구 앞에서 이미 한 번 모든 것을 잃었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날 죽음보다 먼저 삶을 끝까지 보았다
하늘은 과하게 푸르고 눈 덮인 광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 고요 속에서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이후의 시간은 모두 덤이었다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길 발목을 조이는 쇠사슬도 밤마다 뼛속을 파는 추위도 이미 겪은 그 5분에 비하면 통증이 아니었다
죽음 직전 인간은 고통을 재는 기준을 바꾼다
살아 있음 자체가 기적이 된 뒤에는 고난은 조건이 아니라 풍경이 된다
그는 눈밭에서 쓰러지며 절망하지 않았다 이미 절망을 끝까지 써 보았기 때문이다
남은 삶은 형벌이 아니라 연장된 질문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
사형 5분 전을 통과한 사람에게 유배는 벌이 아니었다 외려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여 그는 그곳에서 인간을 썼다
죄와 벌을 고통 속에서가 아니라 이미 고통을 넘어선 자리에서
죽음 이후에 시베리아가 왔고 시베리아 이후에 문학이 왔다
그의 생은 증명한다
한 번 완전히 죽어 본 사람만이 남은 삶을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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