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불씨를 옮기는 손 ㅡ청람 김왕식

불씨를 옮기는 손 2026.01.18
불씨를 옮기는 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불씨를 옮기는 손

김왕식

부엌의 새벽은 언제나 어머니 혼자였다

불씨는 늘 작게 시작해 조심스레 숨을 붙여야 했다

젖은 장작은 쉽게 타오르지 않았고 불은 자꾸만 꺼지려 했다

어머니는 재를 헤치고 숨을 불어넣었다

불이 살아나면 솥이 깨어나고 솥이 깨어나면 집이 깨어났다

나는 이불속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물 끓는 소리 뚜껑 들썩이는 소리 그 소리들이 어머니의 발자국이었다

어머니는 불을 크게 키우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따뜻해지면 충분하다고 몸으로 말하는 사람

어머니가 옮긴 것은 불씨만이 아니었다

꺼지지 않는 마음을 아이들 쪽으로 조용히 옮겨 놓는 일이었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