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괘씸한 놈 ㅡ청람 김왕식

괘씸한 놈 2026.02.21
괘씸한 놈

윤효 시인

□ 윤효 시인

괘씸한 놈

김왕식

*어느 시인의 시 속에 ‘괘씸한 놈’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 외길 위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우산 끝을 세우고 먼저 앞을 향해 지나갔다

젖은 길 위에 양보는 없었고 발걸음은 서로를 밀어내듯 흘렀다

그렇게 서너 사람 빗속을 가르고 사라졌다

그때 길 끝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사내 녀석 하나

우산을 접은 채 길 가장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몸의 방향

비는 그의 어깨를 먼저 적시고 나는 그 곁을 지난다

참으로 괘씸한 놈이다

이 비 오는 세상에서 먼저 사람이 되는 법을 읽어버렸으니

  • 어느 시인 ㅡ 윤효 시인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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