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훌륭하다? ㅡ 청람 김왕식
개는 훌륭하다? 2026.03.22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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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훌륭하다?
청람
얼마 전 《개는 훌륭하다》를 보았다. 한 가정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개가 짖고, 사람이 물러서고, 주인은 눈치를 본다. 처음에는 “저 집이 좀 특별한가 보다”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웃음이 났다.
아, 이게 꼭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개는 서열을 중요하게 여긴다. 누가 위인지, 누가 아래인지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판단한다.
서 있는 존재와 누워 있는 존재. 그 기준 하나로 질서를 만든다.
그 프로그램 속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그 집 아버지는 거실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말로는 가족을 이끌고, 집안의 중심처럼 보였지만, 몸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그 모습을 개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서 있는 개의 눈에는 누워 있는 아버지가 어떻게 보였을까. 아마 단순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저분은 내 아래구나.”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조용히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개는 이후로 아버지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눈을 피하지 않았고, 때로는 먼저 움직였다.
아버지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개의 세계는 말이 아니라 자세로 결정된다. 그 장면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가정 안의 질서라는 것이 말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존중은 설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는 점을.
그 프로그램은 개를 훈련시키는 이야기였지만, 사람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개는 훌륭하다. 그래서 더 정확하다. 우리가 애써 감추고 있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읽어낸다.
문제는 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고 있는가에 있다.
그날 방송을 보고 몇 줄 적는다. 서열은 말이 아니라 자세에서 시작된다고.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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