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게 묻는다 ㅡ청람 김왕식
내가 내게 묻는다 2026.04.05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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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게 묻는다
문학인이라 불리는 이 이름 앞에 잠시 멈춰 선다.
이 이름을 감당할 만큼 살아냈는가. 문장을 다루는 손보다 그 문장을 견디는 삶이 더 깊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글을 쓴다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라 했다. 그 드러남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아니면 다듬어진 얼굴 하나를 내세운 것뿐이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정직이라는 말은 쉬웠다. 그 말 앞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비켜 서 있었는가. 적당한 문장 속에 나를 숨겨 둔 적은 없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삶을 충분히 건너지 않은 채 먼저 문장으로 정리해 버린 일들, 그 매끄러움이 깊이의 증거였는지 아니면 비어 있음의 흔적이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언어 앞에 서야 할 내가 언어 위에 서 있었다고 착각한 적은 없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을 끝내 설명하며 여백을 지우지 않았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감정을 건너가지 못하고 곧장 흘려보낸 문장들, 그것이 문학이었는지 아니면 아직 식지 않은 나의 흔들림이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을 때 그 무게를 끝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침묵할 줄 알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끝내 말해버린 것은 아닌지 나는 나에게 묻는다.
얼마나 잘 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직했는가를, 얼마나 높이 올랐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내려놓았는가를 나는 나에게 묻는다.
아직 멀었다는 사실 앞에 조용히 서 있다.
이제 다시 묻는다.
오늘의 나는 문학인이라는 이름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는가.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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