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지루함 사이에 삶이 ㅡ청람 김왕식
고통과 지루함 사이에 삶이 2026.04.09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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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지루함 사이에 삶이
인간의 삶은 극단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진자振子와 같다. 한쪽에는 고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지루함이 있다. 삶은 이 둘 사이를 끊임없이 흔들리며 균형을 찾지 못한 채 흘러간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다 보면 어느새 지루함에 닿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다시 고통의 문턱에 서게 된다. 이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구조에 가까운 것이다.
고통은 결핍에서 비롯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이미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워할 때 인간은 고통을 느낀다. 욕망이 강할수록 고통은 깊어진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끊임없는 불만과 긴장을 동반한다.
얻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마음을 흔들고, 이미 얻은 것마저 불완전하게 만든다. 이때 고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지루함은 충족에서 시작된다.
더 이상 갈망할 것이 없거나, 반복이 일상이 될 때 인간은 무료함을 느낀다. 고통이 너무 많을 때보다, 외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마음은 더 쉽게 공허해진다.
지루함은 외부의 부족이 아니라 내부의 무감각에서 비롯된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이지만, 그 평온 속에는 의미가 빠져 있다.
하여, 인간은 다시 움직이려 한다. 변화를 원하고, 자극을 찾으며, 다시 고통의 영역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이처럼 삶은 고통과 지루함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한다. 어느 한쪽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점에서 인간은 늘 불안정하다. 이 불안정함이 곧 삶의 본질이기도 하다. 만약 고통이 전혀 없다면 삶은 정지된 물처럼 썩어버릴 것이고, 지루함이 전혀 없다면 인간은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잃게 된다.
이 두 상태는 서로를 밀어내는 동시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사이에서 어떻게 서 있느냐이다. 고통을 완전히 없애려 하거나, 지루함을 완전히 채우려는 시도는 더 큰 흔들림을 낳는다. 삶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 사이를 오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고통은 삶의 깊이를 만들고, 지루함은 그 깊이를 바라보게 한다.
인간의 지혜는 이 움직임을 거부하지 않는 데 있다. 고통이 찾아올 때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지루함이 스며들 때 그것을 성찰의 시간으로 삼는 태도. 이 두 상태를 적으로 두지 않고, 삶을 구성하는 두 얼굴로 인정하는 순간, 진자는 더 이상 무작정 흔들리지 않는다.
삶은 고통과 지루함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 움직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흐름을 이해하는 존재로 서게 된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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