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방 ㅡ청람 김왕식
마음의 방 2026.04.13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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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방
문득 마음속에 작은 방 하나가 생긴다. 아무도 들여놓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그 안에는 지나간 말들과 표정들이 조용히 쌓여 있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그 방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난다. 그 방의 이름이 원망이다.
원망은 크게 시작되지 않는다. 사소한 서운함에서 비롯된다. 기대했던 일이 어긋날 때, 인정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마음은 잠깐 흔들린다. 그때 그냥 지나가면 될 일을, 우리는 붙잡는다.
이 감정은 겉으로는 남을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지치게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게 하고, 끝난 상황을 다시 끌어와 현재를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원망은 상대를 향한 감정이기보다, 스스로를 묶어 두는 방식에 가깝다.
분노는 순간적으로 지나간다. 그러나 원망은 오래 남는다. 마음속에 쌓이고, 틈만 나면 다시 떠오른다. 그럴수록 시선은 점점 좁아지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려워진다. 이해보다 판단이 앞서고, 감사보다 비교가 자리를 대신한다. 관계는 그렇게 서서히 멀어진다.
몸 또한 이 감정을 그대로 품는다.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린다. 마음이 놓지 못한 것이 몸에까지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망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애써 없애려는 노력이 아니다. 애초에 깊이 들이지 않는 태도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치 무대 위 장면을 보듯, 상황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보는 것이다. 그 사람도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 보는 일이다.
이 거리는 차가움이 아니다.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다.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원망이 올라올 때, 그것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힘. 이 작은 훈련이 쌓일수록 마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비운다는 것은 잃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넓어지는 일이다. 원망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속에서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 이해는 그때 시작되고, 관계는 그때 다시 이어진다. 결국 삶은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원망을 쥐고 있으면 마음은 무거워지고,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 삶은 다시 부드럽게 흐르기 시작한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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