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일 ㅡ청람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일 ㅡ청람 2026.04.15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일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는 일

마음에도 날씨가 있다. 맑다가도 갑자기 흐려지고, 이유 없이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 있다. 아무 일 없는 하루에도 파도가 일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감정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더 깊이 느끼되,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온전히 받아들이지만, 그것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 태도다.

감정은 본래 움직이는 것이다. 바람처럼 불어오고,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막으려 할수록 더 크게 흔들린다.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대신 그 흐름을 인정한다. 다만 그 흐름 위에 자신을 올려놓지 않는다.

흔히 사람은 감정을 따라 행동한다. 기쁠 때는 쉽게 약속하고, 화가 날 때는 쉽게 상처를 준다. 슬플 때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진다. 감정은 그렇게 판단을 흐리고, 시야를 좁힌다. 순간을 전부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중심을 지키는 사람은 다르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본다. 지금 화가 나고 있다는 사실, 지금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다. 그때 감정은 ‘나’가 아니라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 된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삶을 완전히 바꾼다. 감정과 자신을 분리해 바라볼 수 있을 때, 사람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중심을 지킨다는 것은 단단해지는 일이 아니다. 외려 유연해지는 일이다. 감정이 오면 그것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되, 그 안에 갇히지 않는 상태다. 바람이 불어도 뿌리를 놓지 않는 나무처럼,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이러한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없이 흔들리고, 때로는 감정에 끌려간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 지금 휘둘렸구나. 그 자각이 쌓이면서 조금씩 거리를 두는 힘이 생긴다.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감정이야말로 인간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바꾼다. 감정에 끌려가는 대신, 감정을 바라보는 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자리에 서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같은 상황에서도 덜 급해지고, 덜 흔들린다. 감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분노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지금의 슬픔이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중심을 지키는 사람은 조용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이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있다. 단지 그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지 않을 뿐이다. 이러한 사람의 말은 다르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 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 말에는 과장이 없고, 흔들림이 없다. 듣는 사람의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지혜란 감정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감정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 데 있다. 흔들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데 있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린다. 허나, 모든 사람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 차이는 감정의 크기가 아니라, 중심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하여, 깊은 사람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 지나가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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