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두 얼굴의 빛 ㅡ청람 김왕식
오월, 두 얼굴의 빛 2026.04.30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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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두 얼굴의 빛
오월이 왔다 시간이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던 문 안으로 빛이 한 겹 더 깊어졌을 뿐이다
사월이 흘려보낸 꽃잎들은 아직 땅에 닿지 못한 채 공중 어딘가에서 조용히 썩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계절은 늘 먼저 늙는다
나무는 알고 있다 잎이 돋는 일이 새로움이 아니라 견딘 시간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연둣빛은 상처가 옅어진 색이고 푸르름은 무너지지 않은 자의 침묵이다
그러나 오월은 하나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어깨 위에서는 바람이 되어 숨을 깊게 들이쉬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가슴속에서는 멈추지 않는 기억이 되어 피처럼 되돌아 흐른다
같은 햇살이 어떤 이의 눈에서는 빛나고 어떤 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된다
오월은 묻지 않는다 누가 웃고 누가 무너졌는지
빛과 어둠을 나누지 않은 채 같은 하늘 아래 나란히 놓아둘 뿐이다
이 계절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그저 견딘 것들의 밀도로 서 있는 시간이다
사월이 남긴 균열 위에 오월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대신 그 틈을 더 깊게 만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람은 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시간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흔들림을 부정하려 한다
그러나 나무는 바람을 거부하지 않고 기울어진 방향으로 조용히 자란다
그래서 끝내 쓰러지지 않는다
오월은 그 방향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미 기울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조용히 비춰줄 뿐이다
이 계절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빛이 아니다
빛을 견딜 수 있는 어둠이다
그래야 사람은 자신의 깊이를 잃지 않는다
오월이 왔다
그러나 오월은 도착한 적이 없다
언제나 이미 지나온 시간의 위에 겹쳐지는 이름일 뿐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그 위에 선다
빛과 상처가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며
오월은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살게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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