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문학회 사람들에 대하여 ㅡ청람 김왕식
이어도문학회 사람들에 대하여 2026.05.15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이어도의 문학은 왜 바다를 닮아야 하는가 ― 이어도문학회 사람들에 대하여
며칠 전 한 지인 작가가 물었다.
“이어도문학회에는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짧은 질문이었지만, 쉽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문학단체를 설명한다는 것은 단지 회원 명단이나 활동 내용을 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공동체 안에 흐르는 정신과 사람 냄새,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문학을 대하고 살아가는가를 함께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웃으며 답했다.
“적어도 김광규 시인의 《묘지명》에 나오는 시적 화자 같은 시인들은 아니라고.”
그 말에 그는 잠시 웃었지만, 나는 그 안에 꽤 오래된 생각을 담고 있었다.
김광규 시인의 《묘지명》속 화자는 결국 물질과 현실의 욕망 앞에서 자기 정신의 중심을 잃어버린 존재다. 한때는 순수와 이상을 말했으나, 어느 순간 세상과 타협하며 스스로의 문학적 자존과 영혼을 내려놓은 인간의 초상이 그 안에 있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타락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 속에서 얼마나 쉽게 인간이 자기 정신을 잃어버리는가에 대한 아픈 성찰이다.
문학은 본래 가난한 예술이다. 돈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쉽게 팔지 않으려는 데서 오는 가난이다. 진짜 시인은 때로 세상의 중심보다 자기 내면의 양심 앞에서 더 오래 흔들린다. 그래서 문학에는 끝내 지켜야 할 마지막 체온 같은 것이 있다. 이어도문학회를 떠올리면 나는 무엇보다 먼저 ‘지조’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세상은 너무 쉽게 변한다. 문학도 점점 속도를 따라가고, 사람들은 이름과 자리, 화려한 이력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평가한다. 때로는 문학조차 삶의 깊이보다 보여주기의 경쟁으로 흐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도문학회 사람들을 바라보면 아직 그런 조급함보다 사람의 품격을 먼저 지키려는 기운이 남아 있다.
물론 완전한 사람은 없다. 문인도 결국 흔들리는 인간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향해 흔들리느냐다. 이어도문학회 안에는 적어도 문학을 단순한 명함이나 장식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시를 통해 사람을 바라보고, 바다를 통해 존재를 사유하려는 이들이 남아 있다.
나는 그것이 참 귀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희국 ㆍ 황성구 회장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은 문학을 요란하게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외려 바다처럼 오래 침묵하는 사람에 가깝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화려한 수사보다 늦게 남는 인간의 체온이 먼저 느껴진다. 그런 사람은 쉽게 세속의 유행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사람을 볼 때도 문학적 지조를 중요하게 여긴다. 문장을 아무리 잘 써도 인간의 중심이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것은 편협함이 아니라 문학에 대한 태도다. 문학은 사람이 쓰는 것이고, 사람의 정신은 끝내 문장 속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어도문학회가 바다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다는 쉽게 자기 색을 바꾸지 않는다. 수많은 풍랑과 계절을 견디면서도 끝내 자기 깊이를 잃지 않는다. 이어도문학회가 지향해야 할 문학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유행에 흔들리기보다 오래 깊어지는 문학. 세상의 박수보다 인간의 양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문학 말이다. 생각해 보면 진짜 시인은 자기 문장을 팔기 전에 먼저 자기 영혼을 돌아보는 사람이다.
시는 기술 이전에 태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무엇을 부끄러워했는가, 무엇 앞에서 끝내 무릎 꿇지 않았는가가 결국 시의 깊이를 만든다. 이어도문학회 안에는 아직 그런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 있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문학을 지키는 사람들. 시 한 줄을 위해 오래 삶을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문인들이 있다.
하여, 이어도문학회를 떠올릴 때면 거대한 문학 권력보다, 바닷가에 오래 서 있는 작은 등불 같은 풍경을 먼저 생각한다. 멀리서 보면 작고 희미해 보이지만, 정작 어두운 밤에는 그런 불빛 하나가 사람을 길 잃지 않게 만든다.
문학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화려해져도 끝내 자기 정신을 팔지 않는 사람들. 바다처럼 깊고 안온하게 자기 자리의 파도를 견디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는 문학회를 이어도문학회라고 생각한다.
ㅡ청람 김왕식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