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어도문학회 방향성 ㅡ청람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어도문학회 방향성 ㅡ청람 2026.05.20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어도문학회 방향성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어도문학의 시대적 위상과 민족문학의 새로운 지평 ― 홍익인간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이어도문학회의 방향성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Ⅰ. 서론

문학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 인간들이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사랑했으며, 무엇을 끝내 잃지 않으려 했는가를 기록하는 정신의 역사다. 위대한 문학은 언제나 인간의 눈물과 함께 태어나고, 민족의 상처와 함께 성장하며, 시대의 혼란 속에서 더 깊은 빛을 낸다.

어떤 문학은 한 개인의 고독을 노래한다. 어떤 문학은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그러나 진정 오래 살아남는 문학은 인간과 공동체의 영혼을 지켜낸 문학이다. 그런 점에서 이어도문학은 단순한 제주 지역의 향토문학이나 바다 설화의 범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이를 지닌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오며 형성한 생존의 철학이자, 죽음을 넘어 희망을 꿈꾸게 했던 정신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특이한 섬이다. 섬이지만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다. 거센 풍랑과 높은 파도가 일어날 때에야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 그래서 이어도는 처음부터 현실과 환상, 존재와 부재,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섬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정신적 공간이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단순한 전설의 땅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단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거친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남편과 아들, 형제와 연인들을 향해 사람들은 쉽게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어도로 갔다”라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단순한 위안 이상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믿는 순간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상실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민중의 집단적 기도였으며, 절망을 넘어 살아가기 위한 생명의 언어였다.

특히 이어도 신앙 속에는 제주 여성들의 삶과 눈물이 깊게 배어 있다. 남성들이 바다로 나가 생사의 경계에 놓여 있을 때, 육지에 남겨진 여성들은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물질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야 했던 제주 여인들에게 이어도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였다. 이어도는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섬이었고,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버티게 하는 정신의 방파제였다.

따라서 이어도문학은 단순히 바다의 풍경이나 전설적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과 그리움, 기다림과 귀향 의식을 다루는 문학이다. 다시 말해 이어도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가를 탐구하는 생명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문학은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디지털 문명과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인간의 언어는 점점 속도와 자극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장은 빠르게 소비되고, 감정은 가볍게 흩어진다. 깊은 사유보다 즉각적인 반응이 우선되는 시대 속에서 문학 또한 점차 인간의 체온을 잃어가고 있다. 난해함은 깊이로 오해되고, 자극은 개성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잃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문학일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시대이기에 이어도문학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어도문학은 인간을 다시 공동체 속 존재로 돌아보게 한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기억과 기다림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이어도문학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인 홍익인간의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다. 홍익인간은 단순한 건국이념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를 이롭게 하려는 공존의 정신이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철학이다. 이어도문학 속에는 바로 이 정신이 살아 있다. 죽은 자를 끝내 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마음, 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견디는 마음, 자연을 정복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살리려는 따뜻한 인간애가 이어도 정신의 중심을 이룬다. 따라서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문인들의 친목 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어도문학회는 한국문학 속에서 새로운 정신적 좌표를 세우는 고품격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다를 잃어버린 시대에 다시 바다의 상상력을 복원하고, 인간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다시 사람의 체온을 회복시키는 문학운동이어야 한다. 또한 민족의 정체성과 해양문화, 공동체 정신과 세계적 보편성을 함께 품어내는 새로운 민족문학의 중심축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어도는 보이지 않는 섬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때로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더 오래 살아간다. 이어도문학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사라진 전설이 아니라, 오늘의 인간이 다시 회복해야 할 정신적 고향의 이름이다.

Ⅱ. 본론

  1. 이어도문학의 본질은 ‘생명을 살리는 문학’이다

문학은 인간을 어디로 데려가는가. 절망의 끝으로 밀어 넣는 문학도 있고, 허무의 늪 속에 오래 가두는 문학도 있다. 그러나 결국 오래 살아남는 문학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문학이다. 상처 입은 인간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건네는 문학,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이어 붙이는 문학, 삶의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문학이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그런 생명의 문학이어야 한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단순한 신화적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을 견디게 하는 마지막 정신의 피난처였다. 바다로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그를 완전히 사라진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이어도로 갔다”라고 믿었다. 이 믿음은 현실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생명의 본능이다.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를 완전히 잃었다고 확신하는 순간 삶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살아 있으리라는 희미한 믿음 하나만으로도 다시 하루를 견딜 수 있다. 이어도는 바로 그런 민중의 간절함이 빚어낸 상상의 섬이었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연민과 생명 존중의 철학이 놓여 있어야 한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풍요 속의 고독 시대라 불린다.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 속에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외로움에 갇혀 살아간다. 디지털 문명은 인간을 더욱 빠르게 연결시켰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마음은 점점 더 단절되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보다 자기감정을 소비하는 시대, 기다림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의 영혼은 메말라가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이어도문학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이어도문학은 인간을 다시 사람 곁으로 데려오는 문학이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기억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끝까지 품으며, 공동체의 슬픔을 함께 끌어안는 문학이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주의가 아니다. 인간다움의 마지막 본질을 지키는 일이다.

특히 이어도문학 속에는 여성적 생명성이 깊게 흐른다. 제주 여성들은 오랜 세월 삶의 전면에서 공동체를 지탱해 왔다. 남성들이 바다로 나간 뒤 남겨진 현실을 견디며 가족과 마을을 지켜낸 것은 여성들이었다. 이어도 설화 속 ‘과부들의 섬’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는 여성들의 집단적 슬픔과 희망의 상징이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이 여성적 생명성을 현대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끝내 서로를 품는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쟁과 속도의 시대 속에서 돌봄과 기다림, 공감과 연대의 가치를 다시 문학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또한 이어도문학은 홍익인간 정신과 깊게 연결되어야 한다. 홍익인간은 단순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도덕적 표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세계가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명의 철학이다. 이어도 정신 역시 그렇다.

이어도는 혼자 살아남기 위한 섬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섬이다. 죽은 자도 공동체 안에서 기억되고, 남겨진 자들도 서로를 의지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은 개인의 감정 과시에 머물지 말고 공동체 회복의 문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날 한국문학은 지나치게 개인화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학이 자기감정의 폐쇄적 독백으로만 흐를 때 공동체의 숨결은 사라진다. 이어도문학은 인간의 고독을 말하되 그 고독을 함께 건너가는 문학이어야 한다. 한 사람의 상처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회복을 꿈꾸는 문학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어도문학은 한국문학 속에서 새로운 해양문학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우리 문학은 오랫동안 산과 들, 농경문화 중심의 상상력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이어도문학은 바다의 문학이다. 바다는 고정된 세계가 아니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움직이며 경계를 넘는 공간이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이 해양적 상상력을 통해 한국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야 한다. 바다는 두려움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개척의 공간이다.

제주 사람들은 바다를 피하지 않았다. 죽음을 알면서도 다시 노를 저었다. 이어도는 바로 그 도전 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은 단순한 향토 정서에 머물지 말고 인간의 개척정신과 세계 시민적 상상력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이어도문학회가 해야 할 역할도 여기에 있다.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작품 발표의 장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민족과 세계,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정신적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문학을 통해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한국문학 속에 새로운 정신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어도문학의 본질은 하나다. 보이지 않는 희망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바로 그 믿음이야말로 오늘의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문학의 힘일 것이다.

  1. 이어도문학은 해양문학을 넘어 민족문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한국문학의 흐름을 돌아보면 오랫동안 우리의 상상력은 대륙 중심의 질서 속에 머물러 있었다. 산과 들, 농경과 토지, 유교적 질서와 내륙 중심의 사고가 문학의 중심축을 이루어 왔다. 물론 그것은 한민족의 역사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적 토양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바다의 정신과 해양적 상상력을 충분히 문학적으로 확장시키지 못한 측면 또한 지니고 있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이어도문학은 산의 문학이 아니라 바다의 문학이다. 뿌리를 내리고 정주하는 문학이면서 동시에 경계를 넘어 항해하는 문학이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를 끊임없이 흔들고 시험하며 동시에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거대한 운명의 공간이다.

육지는 경계를 만든다. 그러나 바다는 경계를 허문다. 육지는 소유를 중심으로 하지만, 바다는 이동과 개방의 질서를 품고 있다. 그래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에는 본질적으로 개척성과 포용성이 함께 흐른다.

제주 사람들은 오랜 세월 그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그들에게 바다는 생명의 터전이면서 동시에 죽음의 경계였다. 한순간의 풍랑으로 삶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제주 사람들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았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다시 배를 띄웠고, 폭풍 속에서도 노를 저었다. 바로 그 절박한 현실 속에서 탄생한 정신적 상징이 이어도였다.

이어도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다. 죽음의 공포를 넘어 공동체를 유지하게 만든 정신적 힘이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단순히 죽은 자로 규정하지 않고 “이어도로 갔다”라고 믿는 사고는 인간 존재를 끝까지 공동체 안에 머물게 하려는 민중적 생명 철학이었다.

따라서 이어도문학은 단순한 전설 재현이나 향토적 감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국인의 해양적 상상력을 복원하고, 민족 내부에 잠들어 있던 개척정신과 공동체 정신을 다시 깨우는 문학이어야 한다.

특히 이어도문학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지역문학의 범주를 넘어 민족문학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문학이란 단지 민족주의적 감정을 드러내는 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고통을 견디며 존재를 지켜왔는가를 탐구하는 문학이다. 이어도문학 속에는 바로 그러한 민족적 생존 의지가 살아 있다. 제주 사람들에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

삶 그 자체였다. 왜구의 침입과 태풍, 가난과 유배의 역사 속에서도 제주 사람들은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어도는 바로 그런 절망 속에서 태어난 희망의 이름이었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은 한 지역의 설화를 넘어 한국인의 집단적 정서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민족문학의 자산으로 읽혀야 한다.

오늘날 이어도는 또 다른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전설의 섬이었던 이어도가 이제는 해양과학기지와 해양주권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되면서 이어도는 신화적 공간에서 현실의 전략적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이 신화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데이터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과학이 공간의 실체를 밝힐 수는 있어도, 인간의 영혼 속에 자리한 그리움과 희망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이어도는 여전히 제주 사람들의 정신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징이며, 동시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해양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문화적 표상이다.

따라서 이어도문학은 과거의 신화와 오늘의 현실을 함께 품어야 한다. 전설과 과학, 신앙과 현실, 민족성과 세계성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이어도문학이 지녀야 할 현대적 의미다.

더 나아가 이어도문학은 세계문학적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죽음을 넘어 희망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 떠난 자를 끝내 잊지 않으려는 사랑,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믿음의 힘은 특정 지역만의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 보편의 정서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이어도문학은 제주라는 지역성을 깊이 품을수록 오히려 세계성과 만날 수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살아온 인간들의 고독과 생존, 귀향과 그리움은 동서양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어도문학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문학 동호회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바다와 역사, 민족의 정신과 해양문화를 세계 속에 알리는 문화적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작품을 발표하고 낭송하는 차원을 넘어, 이어도 정신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문학적으로 확장하며 예술적으로 계승하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해양문화 세미나와 국제 문학 교류, 제주 정신과 이어도 신앙을 기반으로 한 학술 활동과 창작운동 등을 통해 한국문학 속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 결국 이어도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다를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거대한 원형으로 읽어내는 문학이다. 그리고 그 바다를 통해 민족의 상처와 희망, 생존과 공존의 철학을 세계 속에 새롭게 증언하는 문학이어야 한다.

  1. 이어도문학회는 품격과 정신을 갖춘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문학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문학회는 많지 않다. 단지 이름만 존재하는 단체는 시대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한 시대의 정신을 품고 인간의 삶을 깊이 흔드는 문학공동체는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문학회의 진정한 가치는 회원 수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얼마나 유명한 인사가 참여하고 있는가에도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가 어떤 정신을 품고 있는가이다. 문학은 결국 정신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어도문학회가 한국문학 속에서 깊고 오래가는 위상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의 품격’을 지닌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친목이나 행사 중심의 모임을 넘어, 인간과 시대를 함께 품는 문학적 중심축으로 성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첫째, 이어도문학회는 인간 존중의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 문학의 본질은 결국 인간이다. 아무리 화려한 수사와 세련된 기법을 사용하더라도 인간의 체온이 사라진 문학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문학은 사람을 이해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존재의 외로움을 함께 견디는 일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사회는 점점 빠르게 분열되고 있다. 세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역과 계층은 갈등하며, 인간관계는 점점 소비적 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디지털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고립되고, 언어는 넘쳐나지만 진심은 오히려 줄어드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문학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어도문학은 특정 계층이나 지역만의 문학이어서는 안 된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바탕으로 하되,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보편적 슬픔과 희망을 함께 품어야 한다.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도 다시 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제주 여인들의 삶은 단지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견딤과 기다림의 이야기다. 이어도문학회는 바로 그런 인간 존재의 본질적 고독과 사랑을 품어내는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이어도문학회는 자연과 공존하는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 현대 문명은 오랫동안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아 왔다. 산을 깎고, 강을 막고, 바다를 개발하면서 인간은 스스로 문명의 승리자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 결과 인간은 점점 자연으로부터 멀어졌고, 결국 자기 존재의 근원까지 잃어가고 있다. 이어도문학은 본질적으로 자연의 문학이다. 바다와 파도, 바람과 섬, 안개와 물새의 숨결 속에서 태어난 문학이다. 이어도는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바다의 시간과 파도의 기억,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온 공존의 상징이다. 제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자연을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존재로 받아들여 왔다. 바람에도 이름을 붙였고, 돌에도 영혼을 느꼈으며, 바다를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공경했다. 이어도문학회는 이러한 제주 정신을 문학 속에 깊이 담아내야 한다. 자연을 소비하거나 장식처럼 사용하는 문학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존재를 살리는 생태적 상상력을 회복하는 문학이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재 자체를 다시 회복하는 문제다. 자연과 단절된 인간은 결국 자기 영혼과도 단절될 수밖에 없다. 이어도문학은 바다를 통해 인간의 잃어버린 숨결을 다시 회복하게 하는 문학이어야 한다.

셋째, 이어도문학회는 민족적 자긍심을 품은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어도는 단순한 수중 암초가 아니다. 그것은 수백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살아온 상징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어도를 단순한 지리적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곳은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의 공간이었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끝내 잊지 않으려는 공동체의 기억이었다. 특히 이어도에는 한국인의 강인한 생명력이 담겨 있다. 풍랑 속에서도 다시 배를 띄우고, 절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제주 사람들의 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지녀야 할 개척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히 작품 활동만 하는 단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바다와 문화, 역사와 민족정신을 함께 지켜내는 문학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애국과 애족은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뿌리를 잃지 않는 일이다. 자기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며, 선조들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계승하는 일이다. 홍익인간의 철학 또한 바로 여기에 닿아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정신은 특정 민족만을 위한 이념이 아니라 인간과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생명의 철학이다. 이어도문학회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민족, 자연과 세계를 함께 품는 품격 있는 문학운동을 펼쳐야 한다.

넷째, 이어도문학회는 세계와 소통하는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문학은 더 이상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언어와 문화는 서로를 넘나들며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성과 국제성은 결코 자기 정체성을 버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이어도의 정신은 충분히 세계문학적 보편성을 가진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 돌아오지 못한 사람을 끝내 잊지 않으려는 그리움, 죽음을 넘어 희망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은 인류 보편의 정서이기 때문이다. 이어도문학회는 제주라는 지역성과 한국이라는 민족성을 깊이 품으면서도, 그것을 세계인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확장해야 한다. 국제 문학 교류와 번역, 해양문학 포럼과 세계적 문화 연대를 통해 이어도의 정신을 세계 속에 알리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 결국 이어도문학회가 지향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그것은 단순한 문인 모임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민족의 정신, 자연의 숨결과 세계적 공감을 함께 품는 고품격 문학공동체로 성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문학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살리고, 시대를 밝히며, 인간의 영혼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문학. 이어도문학회는 바로 그런 문학의 바다 위에 오래도록 등불처럼 서 있어야 한다.

Ⅲ. 결론

이어도는 끝내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섬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도 거센 풍랑이 일 때만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어도를 단순한 땅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이 끝내 도달하고 싶어 했던 희망의 형상이었고, 절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정신의 등불이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또 하나의 삶이었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남편과 아들을 향해 사람들은 “죽었다”라고 말하기보다 “이어도로 갔다”라고 믿었다. 그 믿음 속에는 인간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따뜻한 공동체의 정서가 담겨 있다.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인간은 희망 하나로 다시 하루를 살아낸다는 사실을 이어도 신앙은 조용히 증명해 왔다.

오늘날 한국문학은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문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영혼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언어는 넘쳐나지만 진심은 줄어들고, 관계는 많아졌지만 외로움은 더 깊어졌다. 기술은 세계를 연결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더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문학은 다시 인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가진다.

이어도문학은 단순한 향토문학이 아니다. 그것은 바다를 통해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문학이며, 죽음을 넘어 희망을 꿈꾸는 생명의 문학이다. 또한 공동체와 자연, 역사와 민족의 기억을 함께 품고 가는 정신의 문학이다.

특히 이어도문학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홍익인간’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 철학은 단순한 건국이념을 넘어 한국인의 오래된 정신문화라 할 수 있다. 제주 여인들이 서로의 삶을 돌보며 견뎌냈던 공동체 정신,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마저 기억 속에서 끝내 살려내려 했던 따뜻한 마음,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 했던 삶의 태도 모두가 홍익인간의 정신과 이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어도문학회는 단순한 문학 동호회나 친목 중심의 단체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국문학 속에서 하나의 정신적 흐름을 만드는 문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민족의 정체성을 품으며, 자연과 공존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품격 있는 문학운동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어도문학회는 ‘사람 냄새나는 문학’을 지켜야 한다. 오늘날 많은 문학이 지나친 기교와 난해함 속에서 독자와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어도문학은 인간의 체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바다 냄새와 땀 냄새, 기다림의 눈물과 귀향의 그리움이 살아 있는 문학이어야 한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보다 한 사람의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언어여야 한다.

또한 이어도문학회는 바다를 품은 문학답게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바다는 닫힌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물길이 만나고, 먼 나라의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다. 이어도문학 역시 지역과 세대, 장르와 이념을 넘어 다양한 문학적 흐름을 품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배제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이어도문학은 이제 세계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어도의 정신은 결코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마음, 삶의 고통을 견디는 인간의 의지, 죽음을 넘어 희망을 꿈꾸는 존재의 본능은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 보편의 서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이어도문학은 충분히 세계문학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어도문학이 지향해야 할 마지막 가치는 ‘살리는 문학’이다.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고, 민족의 정신을 살리고, 인간의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문학. 그것이 이어도문학이 가야 할 길이다. 파도가 높을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섬 이어도처럼, 인간 또한 가장 깊은 고통 속에서 비로소 자기 존재의 본질을 만나게 된다. 이어도문학은 바로 그 인간 존재의 깊이를 바라보는 문학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어도문학회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문학의 바다 위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존재해야 한다. 풍랑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비추고, 메마른 시대 속에서도 인간의 체온을 잊지 않게 만드는 문학의 등대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이어도가 수백 년 동안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이유이며, 오늘 우리가 다시 이어도문학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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