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작가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ㅡ청람

작가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ㅡ청람 2026.05.25
작가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ㅡ청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작가는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남들은 사람을 만나면 직업부터 묻는데 작가는 먼저 눈빛부터 읽는다.

“요즘 좀 힘드시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괜히 사람 속을 먼저 들춰낸다.

시인은 가을만 되면 병이 깊어진다. 낙엽 몇 장 떨어졌다고 세상의 쓸쓸함을 혼자 다 책임지려 든다. 은행잎 하나 주워 들고도 “인생이란…” 하며 갑자기 철학자가 된다.

소설가는 다르다. 밥 먹으러 가서도 옆 테이블 부부 싸움 소리를 몰래 듣는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가 “이건 작품이야…” 한다. 누가 울면 위로보다 먼저 “사연이 있겠군…” 하고 메모부터 한다.

수필가는 세상 모든 물건과 정이 든 사람들이다. 낡은 고무신 하나에도 “어머니의 체온이 남아 있다”라고 울먹인다. 남들은 버리는 양은냄비도 그들 손에 가면 갑자기 인생사가 된다.

평론가는 더 무섭다. 시 한 줄 읽고도 “존재론적 불안과 시대적 균열이…” 하며 갑자기 하이데거를 소환한다. 시인은 단풍 이야기했는데 평론가는 문명 비판까지 간다.

작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돈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원고료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 하늘을 본다.

하지만 커피값 낼 때는 “다음 작품 나오면…” 하며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술자리에서는 더 재미있다. 세 잔쯤 들어가면 다들 노벨문학상 후보가 된다. 다섯 잔쯤 들어가면 서로 끌어안고 “형님의 문장은 한국문학의 희망입니다” 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누가 계산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작가는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골목의 불빛 하나, 비 맞은 운동화 한 켤레, 늦은 저녁 식탁의 빈자리까지도 끝내 외면하지 못한다.

세상이 자꾸 빨라질수록 작가들은 혼자 뒤처져 꽃 한 송이 앞에서 오래 멈춰 선다.

어쩌면 인류가 아직 완전히 메마르지 않은 것은 그 느린 사람들 덕분인지도 모른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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