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서로 다른 저녁을 바라보며 ㅡ청람 김왕식

서로 다른 저녁을 바라보며 2026.05.26
서로 다른 저녁을 바라보며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로 다른 저녁을 바라보며

청람 김왕식

나는 따뜻한 말 한 줌 건넨 줄 알았는데

상대의 가슴에서는 늦은 겨울 문풍지처럼 서늘한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같은 저녁을 지나왔어도 누군가는 노을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어둠이 먼저 내려앉던 창문을 기억한다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 아팠던 방향으로 세상을 읽는 것인지 모른다

나는 침묵을 배려라 여겼는데 상대는 버려진 골목처럼 외로워했고

상대는 상처를 감추려 웃었는데 나는 그것을 무심함이라 오해했다

말은 입에서 태어나지만 의미는 각자의 상처에서 자란다

하여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꽃잎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오래 박혀 있던 못끝을 건드린다

인간은 서로를 향해 살아가지만 끝내 같은 마음의 강가에는 닿지 못한다

해서 관계란 이해의 완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슬픔 앞에서 조금씩 걸음을 늦추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옳은 사람보다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더 깊은 사람이다

사랑이란 “혹시 내가 당신을 아프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 한 문장을 마음속에 오래 품고 사는 일이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

  1.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