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라는 푸른 문 앞에서 ㅡ청람 김왕식
6월이라는 푸른 문 앞에서 2026.06.01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6월이라는 푸른 문 앞에서
청람 김왕식
시간은 참 이상하다. 올해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달력 한 장이 또 접혔다. 손끝에서 봄이 머뭇거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창밖의 나무들은 어느새 연둣빛을 벗고 짙은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5월은 늘 그렇게 지나간다. 벚꽃이 남기고 간 환한 웃음도, 찔레꽃 향기 따라 걷던 오후도, 싱그러운 바람이 어깨를 스치던 길도, 붙잡아 두려 하면 어느새 추억이 되어 뒤편으로 물러난다. 계절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옮길 뿐이다.
봄이 문을 닫으면 여름이 문을 연다. 삶은 끝없이 이별하면서도 끝없이 만난다. 사람들은 종종 나이를 숫자로 셈한다. 스무 살은 젊음이라 부르고, 예순 살은 노년이라 부른다.
세월은 숫자로 늙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나이에는 졸업이 없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가슴에는 정년이 없다. 호기심이 살아 있는 사람은 언제나 청춘이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봄날이다.
나무를 보아도 그렇다. 백 년을 살아온 느티나무도 해마다 새잎을 낸다. “나는 이미 충분히 살았다”라고 말하며 잎을 피우지 않는 나무는 없다. 생명은 살아 있는 동안 늘 새롭게 시작하는 법을 안다.
사람도 그래야 한다. 배움을 멈추지 말고, 설렘을 잃지 말고,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을 오래 간직해야 한다. 즐거움에도 정년은 없다. 웃음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아이의 웃음이 아름답듯, 백발의 웃음도 아름답다. 외려, 긴 세월을 지나온 사람의 미소에는 젊은 날의 웃음보다 더 깊은 향기가 있다. 눈물의 강을 건너왔고, 외로움의 밤을 지나왔으며, 수많은 계절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자동차는 멈출 수 있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몸은 오늘의 습관을 기억하고, 마음은 오늘의 생각을 품는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잠시 걷는 일, 물을 한 잔 더 마시는 일, 마음을 편안히 쉬게 하는 일. 행복도 그렇게 사소한 곳에서 자란다. 인생에는 U턴이 없다. 흘러간 강물이 다시 산으로 오르지 못하듯, 지나간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어제는 추억이 되고, 오늘은 현실이 되며, 내일은 희망이 된다. 지금이라는 시간은 소중하다. 삶은 되돌릴 수 없지만, 오늘을 더 아름답게 살아갈 기회는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마침표보다 쉼표를 더 사랑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숨이 차면 잠시 쉬어가고, 마음이 무거우면 잠시 내려놓고, 길을 잃은 듯하면 잠시 하늘을 바라보면 된다. 쉼은 멈춤이 아니다. 더 멀리 가기 위한 숨 고르기다.
6월은 그런 계절이다. 봄과 여름이 마주 앉아 인사를 나누는 달. 꽃이 떠난 자리에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를 준비하는 초록의 시간이 시작되는 달. 화려함보다 깊이가, 설렘보다 성장이, 속도보다 여유가 필요한 계절이다.
잠시 마음의 창문을 열어두면 좋겠다. 걱정은 의자 한쪽에 내려놓고, 조급함은 신발장에 벗어두고, 햇살 한 줌 마음속으로 들여놓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날이 있다.
전화하지 않아도 생각나는 사람, 곁에 없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 이름만 불러도 미소가 번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마음속에 좋은 사람을 많이 품고 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6월의 문턱에 서서 소망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존경하는 사람의 평안을. 소중한 인연들의 행복을. 오늘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 작은 초록빛 희망 하나가 자라나기를.
6월은 아직 새 책의 첫 장과 같다. 어떤 이야기가 쓰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가지다. 햇살은 다시 창문을 두드릴 것이고, 바람은 다시 나뭇잎을 흔들 것이며, 삶은 또다시 우리에게 아름다운 하루를 건네줄 것이다.
ㅡ청람
댓글
로그인 없이 바로 남길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수정·삭제하려면 이 댓글의 비밀번호를 정해 주세요. 서로 예의를 지켜 주세요.